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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12일
유인봉 시인 / 수필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던가? 가정이 화목하고 바로 서야 그 다음 너른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성현의가르침을 이순이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직장생활 기간에 수많은 출장으로 조선팔도를 누벼 보았으나, 정작 아내와 오붓하게 시간을 내서 여행을 즐긴 적이 거의 없다. 친구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관광지를 다녀온 적은 있지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 본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난 연말부터 새해에는 첫날부터 아내에게 점수를 후하게 따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새해 첫 날 작은 여행을 생각해두고 있었다. 해서 송구영신(送舊迎新) 예배를 다녀와 늦게 잠자리에 든 아내를 시장하다는 핑계로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는 밥상머리에서 새해 첫날인데
당신과 함께 여행을 통해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고창에 가면 장어요 군산에 가면 게장이요 화산에 가면 참붕어찜이 대기하고 있으니 원하는 대로 선택하라며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어찌보면 새해 첫 당일치기 여정은 멀리가는 것보다 가까운데에서 여유있게 즐기고 오는 것이 실속 있는 거라고, 그게 더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새해 첫 휴일이라 식당이 붐빌 것 같으니 전주에서 정오쯤 출발하기로 했다. 모처럼 드라이브에 아내도 즐거워 보였다. 응달진 개울가는 곳곳에서 아직도 얼음장을 뒤집어쓰고 있고, 군데군데 흰 눈이 희끗희끗 겨울 산을 드러내고 있다. 바람결은 차갑지만, 차창을 스치는 들판의 풍경도 따스한 햇살 때문인지 푸근하게 느껴졌다. 식당은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유명세만큼이나 손님들로 거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붕어찜 식당이 조그만 면 소재지에 대여섯 군데 있었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이 집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 옛날에도 유독 이 집만이 손님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 데 이 가게가 화산 붕어찜의 원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손수 키운 시래기를 듬뿍 넣어주는 것과 구수한 누룽지가 우리에게는 매력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풀 서비스를 위해 배부르다는 아내에게 전망 좋은 카페 들려서 차 한잔하고 가자고 했다. 지난해 아들 내외와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면 소재지 산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찻집이다. 우리 대화의 대부분은 자녀와 손주들에 관한 소소한일상적 소재와 농장에 관한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을 나누는 일이었다. 산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찻집에서 면 소재지의 아담한 마을풍경이나 텅 빈 들판에서 겨울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하는 일, 꺾은선 그래프처럼 선명한 먼 산자락의 능선을 별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조차 아늑한 마음의 여유를 느껴 보기에 충분했다.
따뜻한 자몽차와 레몬차 한잔이 바닥을 보일때쯤 산 그림자가들 판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한 해를 허락하신 하나님, 건강하게 지금까지 지켜주시고 인도하신 하나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믿음의 동반자로서 걸어가게 하시는 하나님, 이 작은 소소한 일상까지도 감사의 제목이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시간마다 아내와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호젓한 둘만의 시간을 남겨두고 차 머리를 보금자리로 돌린다. 라디오에서 누군가의 신청 곡 태진아의 <동반자> 음악이 흐른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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