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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 이정인
담쟁이넝쿨처럼 담장을 타고 오르던 애호박 덩굴 싱그러운 줄기는 여름 햇살을 받아 쭉쭉 뻗어가고 노란 호박꽃은 초가집의 소박한 풍경 위에 환한 웃음을 얹어 주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던 집에서도 애호박 하나면 밥상은 금세 풍성해졌다 채반에 쪄낸 호박잎에 구수한 쌈장을 얹어 보리밥 한 숟갈을 싸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한 끼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 밥상에 오르던 애호박은 단순한 채소가 아니었다 가난한 살림을 부드럽게 감싸 주던 위로였고 소박한 식탁을 넉넉하게 채워 주던 삶의 숨결이었다 지금도 시장에서 애호박 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푸른 속살 어딘가에 오래된 밥상과 웃음 그리고 지나온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는 애호박이라는 평범한 식재료를 통해 지나온 시절의 정서와 삶의 온기를 섬세하게 되살려냈다. 담장을 타고 오르던 덩굴과 노란 호박꽃의 이미지는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소박하지만 생기 넘치던 옛 시골의 정취를 생생하게 환기한다. 특히“초가집의 소박한 풍경 위에 환한 웃음을 얹어 주었다”라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삶이 서로 어우러져 있던 시절의 정서를 아름답게 드러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애호박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삶을 지탱해 주던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애호박 하나로 밥상이 풍성해졌다는 것은, 물질적 부족함 속에서도 마음만은 결코 가난하지 않았던 시절의 풍요를 떠올리게 한다. 호박잎 쌈과 보리밥이라는 소박한 식사는 오히려 요즘의 화려한 음식보다 더 깊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현재와 과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애호박이라는 매개를 통해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난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의 흔적과 정서를 품은 상징으로 애호박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시는 삶의 애환과 따뜻한 기억을 깊이 있게 풀어내, 독자에게 따뜻한 울림과 함께 잊고 지낸 소중한 가치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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