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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愛에 대하여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0일
정성수 본지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매년 5월 21일은‘부부夫婦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제정된 이 날은, 단순히 달력 한 칸을 차지하는 기념일을 넘어 삶의 근원적인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같다. 부부란 무엇인가? 라고 물을 때 흔히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담백하게 말하지만, 현실 속 부부는 짧은 단어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한 서사를 품고 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 자식 관계도 아니고, 목적을 위해 만난 사회적 관계도 아닌 기묘한 인연은 서로 다른 우주에서 온 두 존재가 만나 하나의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가는 우주적 사건에 가깝다.
동양의 지혜가 담긴 고사성어와 속담에는 부부를 바라보는 조상들의 깊은 성찰이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거안제미擧案齊眉’라는 사자성어는 부부 관계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 후한後漢의 양홍梁鴻과 아내 맹광孟光 사이 부부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아내가 밥상을 눈썹 높이까지 들어 남편에게 바쳤다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가부장적 산물로 치부하는 단편적 해석이다. 본질은 상호 간의 지극한‘공경’’에 있다. 부부는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만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예禮를 다하는 태도 위에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이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온도가 변하지만, 서로를 향한 존경과 예의는 관계의 뼈대를 이루어 어떤 풍파에서도 가정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우리는‘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말한다. 이는 부부 관계가 가진 신비로운 복원력을 상징한다. 아무리 예리한 칼날로 물을 가르려 해도 물은 찰나에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부부 사이의 갈등이 격렬할지라도 영구적인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이 공유하는 삶의 뿌리가 한곳으로 엉켜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물이 갈라졌다가 합쳐지며 더 맑아지듯, 건강한 부부는 싸움을 통해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고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간다.
한 걸음 더 나아가“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격언을 부부의 삶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쓰이는 이 말은 부부라는 공동체에서 극적인 실천을 요구한다.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폭풍우를 만나기 마련이다. 경제적 위기, 질병의 고통, 혹은 예기치 못한 슬픔이 삶을 짓누를 때, 혼자서 백지장 같은 삶을 들고 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부부가 양 끝에서 어려움이나 고통을 맞들 때, 고통의 무게는 분산되고 희망이 찾아온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원리가 정직하게 작동하는 곳이 바로 부부라는 관계의 현장이다.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고, 때로는 무거운 짐을 더 많이 짊어지는 헌신이야말로 백지장을 맞드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부부의 의미는 인문학적 성찰을 넘어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원리로도 증명된다. 삼각형의 성립 조건 중 하나인“두 변의 합은 나머지 한 변의 길이보다 길다”는 법칙이다. 이를 부부 관계에 대입해 보면 놀라운 통찰을 얻게 된다. 남편이라는 한 변과 아내라는 한 변이 서로의 끝을 맞대고 서 있을 때, 두 사람의 합合은 그들이 맞서 싸워야 할 세상이라는 나머지 한 변보다 반드시 길어야‘가정家庭’이라는 견고한 삼각형이 완성된다. 만약 두 변이 서로를 밀어내거나 불신하여 그 합이 세상의 풍파보다 짧아진다면, 삼각형은 무너지고 관계는 추락한다. 세상이라는 변이 아무리 길고 험난할지라도, 부부라는 두 변이 서로를 믿고 단단히 결합한다면 어떤 시련도 가정을 무너뜨릴 수 없다.
또한, 두 변이 만나서 이루는 각도도 중요하다. 너무 가깝게 붙어 서로의 숨통을 조이지도, 너무 멀리 떨어져 지탱하는 힘을 잃지도 않는 적절한 각도를 유지할 때 삼각형은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갖는다. 서로의 독립된 자아를 유지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것, 그것이 바로 수학이 가르쳐주는 부부의 역학이다. 혼자일 때는 그저 선분線分에 불과하지만, 둘이 만남으로써 비로소 면적面積을 가지는 존재가 되어 그 안에 생명을 품고 가정을 일구게 되는 것이다. 1 더하기 1이 단순히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평면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부부의 신비다.
​현대 사회에서 부부라는 존재의 무게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개인의 행복이 지고至高의 가치가 된 시대에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약속은 때로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개인주의가 심화할수록 인간은 더욱 깊은 고립감을 느낀다. 이때 부부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부부는 단순히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룸메이트가 아니라, 서로의 영혼에 깊은 자국을 남기며 성장하는 동반자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보조자를 넘어, 서로 다름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거울과 같은 존재다.
부부의 날을 맞아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화려한 수식어나 일시적인 감정의 고양이 아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한 변임을 인정하는 것이다.“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소박한 진리와“두 변의 합은 한 변의 길이 보다 더 길다”는 명쾌한 수학적 원리는 결국 하나의 지점을 향한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는 것, 그리고 둘은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존중이 있을 때 비로소 ‘부부’라는 이름의 완성된 건축물이 될 수 있다.
​결국, 부부란 두 개의 점이 만나 하나의 선을 만들고, 선들이 모여 입체적인 삶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신성한 과정이다. 때로는 선이 굽어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울 때도 있겠지만, 서로를 향한 공경과 헌신이라는 접착제가 있다면 어떤 균열도 메울 수 있다.
부부의 날만큼은 배우자의 손을 잡고 손등 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보듬어 보아야 한다. 당신이 있어 나의 삶이 삼각형처럼 단단해졌노라고…, 당신과 함께 맞든 인생의 백지장이 있어 오늘까지 걸어올 수 있었노라고…,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인 두 사람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부부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러나 부부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보완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함에 가까워진다. 고전이 말하고 수학이 증명해주듯, 부부의 결합은 세상의 물리적 법칙을 뛰어넘는 영적인 연대다. 이 연대를 소중히 가꾸는 일은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과 같다.
부부의 날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부부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상이라는 긴 변을 압도하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부부의 변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부부는 운명으로 만나 의지로 완성되는 기적이다. 기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모든 부부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부부라는 이름의 무게와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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