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 감상-시 따라 향기 따라] 낡은 가방의 기억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01일
유한아
깊은산 슬피울고 멀리 개짖는 소리 문열어 하늘보니 흰 달빛 웃고있네 그리운 나의 오랜 벗, 무얼 메고 오시나
어깨 위 무게만큼 짊어지고 걷는 길 터져곳 군데군데 지난 세월 묻어있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측은한 나의 벗이여
지나간 시간만큼 마음을 비워내며 남은길 이승에서 근사한 친구 되어 긴여정 다 마친후에 웃으며 함께하리
◆ 정성수의 시 감상 시조「낡은 가방의 기억」은 단순히 오래된 가방을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와 세월의 흔적을 담아냈다. 시인은 낡은 가방을 의인화하여 평생을 함께한 벗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 삶의 무게와 추억, 그리고 인생의 철학을 표현헸다. 첫 수“깊은산 슬피 울고 멀리 개 짖는 소리”와 “흰 달빛 웃고있네”라는 표현은 고요한 밤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면서도, 오랜 친구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자연의 정경과 인간의 감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준다. 둘째 수“어깨 위 무게만큼 짊어지고 걷는 길”이라는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다. 가방이 짊어진 무게는 단순한 짐이 아니라 살아온 삶의 무게이며, 군데군데 터진 자국은 세월이 남긴 훈장처럼 읽힌다. 시인은 낡고 해진 가방은 버려야 할 물건이 아니라 묵묵히 곁을 지켜준 벗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은 물질보다 관계와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것으로, 독자에게 자신의 삶과 함께해 온 소중한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셋째 수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을 비우고 남은 생을 함께 걸어가겠다는 담담한 다짐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긴 여정 다 마친 후에 웃으며 함께하리”라는 종결은 삶의 끝마저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인생관을 보여 주고 있다. 화려한 표현보다 절제된 언어로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조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시조는 전통적 3수 구성의 형식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현대인의 삶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낡은 가방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인생, 우정, 세월, 동행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승화시킨 수작이다. 읽고 난 뒤에도 우리 곁에서 말없이 시간을 함께 견뎌 준 사물을 다시 바라보게 해, 소중한 것은 새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함께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시조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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