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곳서 거절당한 35주 임신부…전주 예수병원이 살렸다
새벽 3시간 넘게 병원 찾아 헬기 이송…예수병원 즉시 수용·응급 제왕절개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10월 07일
임신 35주 차 고위험 산모가 전국 병원 25곳에서 잇따라 수용을 거절당한 끝에 전주 예수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응급 산모가 한밤중 수백㎞를 이동해야 했다는 점에서 필수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다시 드러낸 가운데, 예수병원은 긴급 요청을 받자 즉각 환자를 받아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켜냈다.
7일 전주 예수병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2시 7분께 경기 안성시 보개면에서 임신 35주 차인 30대 산모 A씨가 “양수가 흐른다”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임신 37주 이전 발생한 조기 양막 파수로 조산과 태아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곧바로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 찾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보건복지부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을 포함해 경기 20곳과 서울 1곳, 충청권 3곳, 전라권 1곳 등 모두 25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의료 인력과 병상 확보 등 각 병원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응급 상황에 놓인 산모가 수십 곳을 전전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고위험 산모·신생아 의료체계의 취약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이후 1시간 넘게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소방청이 오전 3시 30분께 전주 예수병원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예수병원의 대응은 달랐다.
산부인과와 응급의료센터는 장거리 환자라는 이유보다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우선해 즉시 수용을 결정했다. 동시에 헬기 이송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수술실과 신생아 집중치료 준비에 들어갔다.
A씨는 오전 4시 16분께 경기소방 헬기에 인계됐고 약 1시간 뒤인 오전 5시 16분께 전주 예수병원 헬기장에 도착했다. 최초 119 신고 이후 3시간이 넘어서야 수술이 가능한 병원에 도착한 것이다.
예수병원에서는 이미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환자가 도착하자 즉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됐고,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현재 산모와 아기는 건강하게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는 응급환자에게 단순히 ‘병원이 존재하는 것’과 실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도 보여줬다.
특히 고위험 산모의 경우 산부인과 의료진뿐 아니라 마취과와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집중치료시설까지 동시에 갖춰져야 해 어느 한 부분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환자 수용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 결과 산모와 가족은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을 받아줄 병원을 찾아 수백㎞를 이동해야 했다.
반면 예수병원은 새벽 시간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관련 진료과가 동시에 움직이며 환자 도착 전부터 수술과 신생아 치료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수술을 집도한 홍상기 예수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양수가 터진 상태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수백㎞를 이동해야 했던 산모와 가족들이 느꼈을 불안과 공포가 매우 컸을 것”이라며 “병원 도착 즉시 수술할 수 있도록 통합 치료시스템을 가동했고 두 생명을 모두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충식 예수병원장도 “수많은 병원이 수용하기 어려웠던 절박한 상황에서 예수병원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며 “한밤중 응급상황에 놓인 산모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산모·신생아 의료체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진과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응급환자가 병원 밖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산모와 신생아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전국 25곳에서 받아주지 못한 산모를 전주 한 병원이 받아냈다는 사실은 예수병원의 신속한 대응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필수의료 체계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송효철 기자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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