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1-06 13:36:5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8:00
··
·18:00
··
·18:00
··
·18:00
·17:00
··
·17:00
뉴스 > 요일별 특집 종합

<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38회-오래된 생각이다 11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21일


오월의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봉하마을 뒷산에서 내려와 사저 앞뜰과 뒤뜰에서 살랑거리는 산바람도 칙칙한 어둠을 휘감고 있다.

이른 봄, 봉하마을 산천에서 하나 둘 씩 꽃망울을 터뜨린 봄의 전령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짙푸른 꽃향기를 품고 있는 오월의 봄꽃들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 향기를 널리 퍼뜨릴 수 없다.
그렇지만 꽃은 결코 부는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실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바람이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바람새를 따지지 않고 제 향기를 바람에 맡길 뿐이다. 그러면서도 꽃은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서운함이 있어도 가슴에 담아 둔다. 바람을 거스른다면 제 향기를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봉하노송이 봉하부인과 호걸이 마련한 거실의 술자리를 잠시 뜬 것은 갑자기 심해진 이명 때문이다. 앞뜰로 나온 봉하노송은 봄숨 예닐곱 모금을 들이마시며 낯익은 꽃향기를 발산하는 오월의 봄꽃들을 살펴보던 중 딸 호연의 미국 아파트 문제가 툭 비어져 나와 북문이 뚫리고 골병이 들기 시작한 내력을 더듬어 본 것이다.

봉하노송이 서성이고 있는 사저 앞뜰의 밤바람 속엔 찔레꽃 향기도 실려 있다. 그 꽃의 향기가 봉하노송의 몸 속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봉하노송은 심한 통증을 느꼈다. 마치 찔레꽃의 지독한 가시가 코끝을 찌르더니 목구멍도 찌르고 갈기갈기 찢겨진 가슴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그래 모든 것이 내 탓이었다.’

봉하노송은 이런 자책을 하면서 어두운 하늘을 올려보았다. 초저녁에 보았던 개밥바라기별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자 개밥바라기별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 터다.

‘나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인데,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리!…’

봉하노송은 이렇게 속말을 내뱉으며 박차대 회장의 돈 100만 달러가 몰고 온 엄청난 파문을 잠시 돌이켜 보았다.

지난 2월, 봉하노송은 박차대 회장의 돈 100만 달러의 존재를 알게 됐다. 유정상이 봉하부인에게 “박차대 회장이 돈을 건넨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사실을 먼저 전했다. 그 뒤 봉하노송은 그 사실을 알았다. 봉하노송의 추궁에 유정상이 이실직고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직후, 봉하노송은 봉하부인과 유정상에게 고성을 내지르며 화를 냈다. 그러다 탈진돼 제대로 말도 못했다.

기운과 맥이 되살아난 뒤로 봉하노송은 도덕적 책임을 통절하게 느끼면서 “차라리 내가 받았다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 낫지 않냐?”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러면서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하고 유정상 비서관이 형사상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봉하노송은 자신이 알고 있던 돈의 성격과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2월 탈진을 하던 날, 봉하노송이 유정상을 통해 전해 들었던 돈의 사용처는 봉하부인이 자녀의 유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진 빚을 갚는데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봉하부인이 유정상에게 부탁을 해서 박차대 회장한테서 빌린 100만 달러는 미국에 머물던 호연의 집을 사려고 빌린 돈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난 뒤 봉하노송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봉하노송은 개인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 메이히로 정권의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자신을 일방적으로 비호라는 글들이 올라오자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고 생각했다.

호연은 2005년부터 남편 목서방 등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거주했다. 2007년 가을, 호연은 재미동포를 상대로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40만 달러였다. 한동안 호연은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지난 해 연말 말 중도금 지급독촉을 받았다.

지난 달 30일, 봉하노송은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그 날 봉하노송은 박차대 회장의 돈 600만 달러와 관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의 돈 600만 달러엔 한 때 미국에 살았던 호연에게 아파트를 사주려고 봉하부인이 빌린 돈 100만 달러도 포함됐다. 검찰은 조카사위가 투자 명목으로 홍콩 계좌를 통해 받았다는 박 회장의 돈 500만 달러 등에 봉하노송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이에 대해 봉하노송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6차례 글을 올려 항변했다. “잘못은 잘못”이라면서도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의 책임은 도덕적인 범주에 속하며 법률의 잣대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말, 봉하노송이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섬으로써 봉하노송과 검찰 사이엔 주사위가 던져졌다. 검찰은 방대한 자료로 봉하노송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력을 다했다. 봉하노송은 자신을 압박하는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위한 방어에 나섰다. 봉하노송 측은 “검찰 조사가 혐의를 벗을 기회”라고 여기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성실히 조사에 응했다.

봉하노송은 물론이고 남정청송 등 사저의 참모들도 법적인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했다.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였고, 봉하노송과 박차대 회장의 진술이 엇갈리는데다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봉하노송의 검찰 출두 때, 박 회장이 대질심문에 참여하겠다는 확인서를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사저 참모들은 박 회장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것이야 말로 박 회장이 검찰의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은 처지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여겼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2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김제시, 상하수도 인프라 확충으로 물환경 혁신 추진  
내 집에서 건강하게, 정읍형 통합돌봄으로 실현한다  
지방소멸에 맞선 김제 5년, 이제‘정착과 성과’ 이어간다  
남원시, 28년 ‘역사 생태 만인공원’ 시민 품으로  
김제 자원순환부터 미래산업 · 청년의 도전 한자리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네이버와 미식관광 활성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네이버와 손잡고 전북의 특색 있는 음식과 지역 맛집을 활용한 미식관광 활성화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백옥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로 지역사회 나눔 실천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문화예술의 가치를 지역사회 나눔으로 확장하며 도내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전북문화관광재단(대표 
백옥선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현장 소통 본격화
지난달 취임한 백옥선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지역 예술인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작으로 현장 중심의 문화예술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