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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분열·증오의 정치를 언제까지?

쌓인 폐단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지만
너무 질질 끌면서
모든 사항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어
국민들은 피곤하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5일
ⓒ e-전라매일
지난 토요일에 서울 중심부인 광화문 일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나 다름없다. 며칠 전에 철수했지만 이순신장군 동상 앞은 몇 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유족들과 관계인들이 차지하고 앉아서 사람이 넘쳐흘렀다.
채 피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구조 활동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원혼들의 넋이나마 좀 위로가 되었을지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이 일대는 추모행렬의 엄숙함과는 딴판으로 박근혜탄핵을 규탄하고 무효화시켜야 된다는 이른바 태극기부대의 마이크소리에 모두 묻혀버린다.
박근혜를 권좌에서 쫓아낸 촛불시위대가 자리 잡았던 광화문 일대는 거꾸로 박근혜를 살려내야 된다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형형색색의 깃발을 한 사람이 하나씩 들고 있어 엄청나게 큰 규모처럼 보이지만 수만 명은 못 되고 수천 명은 넘는 대규모 시위대임은 분명하다.
태극기부대는 대부분 광화문을 돌고 종로를 도는 두 갈레로 행진을 하는데 날씨가 따뜻해지고 해가 쨍쨍 내려 쪼이는 날이면 그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옛 군복을 입은 사람을 위시하여 아주머니들도 상당수 있으며 많지는 않지만 젊은 축도 간간이 보인다.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깃발 하나에 함께 그려 넣은 이중국기도 끼어 있어 한미동맹을 강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싶다.
한편 광장 한 복판에는 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탄핵의 기치를 내걸었던 시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규모 집회지만 열기만은 뜨거웠다. 참가자는 다양한 단체가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여 모인 것으로 보였다.
5.18시국회의가 주도하는 집회여서인지 맨 앞자리는 5.18단체들과 세월호 유족들이 각자의 특이한 구호가 적힌 조끼와 노랑점퍼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들과 젊은 노래패들이 촛불 때의 정열로 마지막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등산용 깔개를 깔고 앉은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펑퍼짐하게 그냥 앉아 몇 시간을 버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연사들도 다양한 직업군이 자유발언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진보연대 대표 박석운, 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 시인 신기선, 약사 김미희, 5.18유공자 왕종현 등이 차례로 강연을 했지만 한결같이 5.18망언을 자행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다가 결론은 자유한국당 해체로 낙착한다.
태극기부대의 주장이나 촛불시위대의 의견은 완전 상이한 것은 물론 문자 그대로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이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사나운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욕을 퍼부었지만 행여 충돌을 염려하여 경찰관들이 인의 장막을 친 통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은 양쪽에서 펼치는 시위 광경을 보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돈 내고도 보기 어려운 이 기막힌 가두시위를 보면서 그들은 어떤 느낌을 갖게 되었을까.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을 점령한 대한민국의 수도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쑈가 부정적으로나 비치지 않을까 적이 걱정된다.
하기야 선진국 프랑스에서는 요즘 노란조끼 시위대가 파리 시내를 뒤집어 놓고 있는데 상가 약탈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시위문화에서는 한국이 훨씬 선진국 행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이미 59년 전의 4.19혁명이나 39년 전의 5.18항쟁시에도 단 한 건의 약탈도 일어나지 않았던 고귀한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큰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정치가 이런 모습으로 계속 흘러가야만 하는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과 참회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정치는 권력을 쥔 측에서 넉넉하고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 첫째다.
촛불로 정권을 획득한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정권을 난도질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쌓인 폐단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지만 너무 질질 끌면서 모든 사항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어 국민들은 피곤하다.
잘못된 것은 조상 탓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탈원전, 사대강보 철거와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의 5.18망언은 반드시 국회제명으로 매듭지어져야만 한다.
그들의 형식적인 사과는 진심이 아님을 천하가 다 안다.
제일야당의 자세가 잘못되었기에 조상 탓이 먹혀들 수 있는 소지가 생긴다. 광주법원에 출두한 전두환은 5.18사과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만 안겼다.
브란트수상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진정한 사과로 독일의 위대성이 빛나지 않던가.
전두환 역시 5.18묘소를 찾아 모든 것이 내 죄라고 머리 숙이고 영령들을 위로할 여유가 없었단 말인가.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무엇이 두려웠을까.
모두 못난 행동만을 거듭하는 분열과 증오의 시대가 막을 내릴 날은 언제인가?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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