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징검다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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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표정으로 강이 흐른다. 영하 5도의 날씨에 뿌옇게 찌든 하늘은 벗겨지고 연줄처럼 팽팽한 서울의 아침이다. 밤늦게 상갓집에 다녀와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여 진료를 받기위해 서울로 달린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달려온 도시락은 무사한지 몸살기가 있는 도시락을 만져보았다. 오늘은 혈액검사가 있어 아침을 거르고 오라는 간호사 말을 어린아이처럼 잘 지켰다. 흉부 X-레이까지 마친 그가 약을 먹기 위해 간단한 식사를 원한다. 촌사람이 서울병원만 다녀오면 괜히 피곤하고 지치는 이유는 지리를 알지 못하니 긴장한 탓에 온몸이 피곤하다. 우리가 다니는 병원은 완전 최고급 카페식 건축양식이다. 진료실에서 부르면 금세 달려와야 할 거리를 찾았지만, 입맛 다실 곳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병원에서 나와 7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차디찬 겨울의 아침은 마음 속까지 꽁꽁 얼게 만들었다. 옥상의 눈은 녹지 않았고 건물틈 사이로 보이는 햇살을 누리며 찰밥을 김에 말아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입에 넣어주는 배려.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주물러주는 그의 마음은 세상 어떤 난로보다 뜨거웠다. 찻집에서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서울은 우리가 편한 곳은 아니었다. 우리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촌사람이다. 북적거리는 도심의 카페나 공원의 벤치보다 호젓한 옥상에서 이 난리를 피우다니 자식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 만약 오갈데 없거나 먹을 것이 없는 부부였다면 한겨울에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부츠안의 발이 자꾸 시려온다. 어깨에 담요를 걸쳐주며 마지막 남은 한덩이의 밥을 서로 양보하는 시간은 참으로 거룩한 시간이었다. 더는 맛있을 수 없는 식사였다. 병원 옥상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나는 그의 징검다리란 걸 깨달았다. 젊어서는 내가 아니어도 즐겁고 행복한 자리가 많았던 남자. 이젠 심장이 말을 듣지 않으니 올라갈 때 내려올 때 딛고 건너야 할 돌다리가 된셈이다. 전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이야기꽃 피우던 우리의 사랑도 때론 지칠 대로 지쳐 암말 없이 앉아있는 그이의 선 고운 입술엔 침묵으로 굵은 지퍼가 닫히는 날도 있었다. 밖에는 포슬눈이 내린다. 평소에는 어떤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는 자존심 강한 남자였는데 오늘은 몸도 마음도 지쳤는지 나의 왼쪽 가슴에 고개를 맡겨버렸다. 상황은 바뀌어 이젠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리가 살아온 우푹지푹한 길을 다 덮으려는 모양이다. 살다보면 김밥의 옆구리가 터지듯 구멍난 삶도 있다. 구멍난 삶으로 가느다란 불빛이 흐른다. 이제 그 불빛을 향하여 나는 그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안 영
*안 영 작가 약력 시인, 수필가, 現 전주문협 수필분과 위원장, 샘동인 문학회 회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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