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05:08:1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16:00
··
·16:00
뉴스 > 요일별 특집

[온고을 문학산책] 징검다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9일
ⓒ e-전라매일
무표정으로 강이 흐른다. 영하 5도의 날씨에 뿌옇게 찌든 하늘은 벗겨지고 연줄처럼 팽팽한 서울의 아침이다.
밤늦게 상갓집에 다녀와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여 진료를 받기위해 서울로 달린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달려온 도시락은 무사한지 몸살기가 있는 도시락을 만져보았다. 오늘은 혈액검사가 있어 아침을 거르고 오라는 간호사 말을 어린아이처럼 잘 지켰다. 흉부 X-레이까지 마친 그가 약을 먹기 위해 간단한 식사를 원한다. 촌사람이 서울병원만 다녀오면 괜히 피곤하고 지치는 이유는 지리를 알지 못하니 긴장한 탓에 온몸이 피곤하다. 우리가 다니는 병원은 완전 최고급 카페식 건축양식이다. 진료실에서 부르면 금세 달려와야 할 거리를 찾았지만, 입맛 다실 곳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병원에서 나와 7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차디찬 겨울의 아침은 마음 속까지 꽁꽁 얼게 만들었다. 옥상의 눈은 녹지 않았고 건물틈 사이로 보이는 햇살을 누리며 찰밥을 김에 말아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입에 넣어주는 배려.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주물러주는 그의 마음은 세상 어떤 난로보다 뜨거웠다. 찻집에서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서울은 우리가 편한 곳은 아니었다. 우리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촌사람이다. 북적거리는 도심의 카페나 공원의 벤치보다 호젓한 옥상에서 이 난리를 피우다니 자식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 만약 오갈데 없거나 먹을 것이 없는 부부였다면 한겨울에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부츠안의 발이 자꾸 시려온다. 어깨에 담요를 걸쳐주며 마지막 남은 한덩이의 밥을 서로 양보하는 시간은 참으로 거룩한 시간이었다. 더는 맛있을 수 없는 식사였다. 병원 옥상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나는 그의 징검다리란 걸 깨달았다. 젊어서는 내가 아니어도 즐겁고 행복한 자리가 많았던 남자. 이젠 심장이 말을 듣지 않으니 올라갈 때 내려올 때 딛고 건너야 할 돌다리가 된셈이다.
전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이야기꽃 피우던 우리의 사랑도 때론 지칠 대로 지쳐 암말 없이 앉아있는 그이의 선 고운 입술엔 침묵으로 굵은 지퍼가 닫히는 날도 있었다.
밖에는 포슬눈이 내린다. 평소에는 어떤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는 자존심 강한 남자였는데 오늘은 몸도 마음도 지쳤는지 나의 왼쪽 가슴에 고개를 맡겨버렸다. 상황은 바뀌어 이젠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리가 살아온 우푹지푹한 길을 다 덮으려는 모양이다.
살다보면 김밥의 옆구리가 터지듯 구멍난 삶도 있다. 구멍난 삶으로 가느다란 불빛이 흐른다. 이제 그 불빛을 향하여 나는 그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안 영

*안 영 작가 약력
시인, 수필가, 現 전주문협 수필분과 위원장, 샘동인 문학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9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장수군 민선9기 출범 100일, 성과를 잇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대한민국 농업수도 과학으로 미래를 심다  
민생부터 첨단산업까지… 김제시, 국가예산 대응 총력  
익산 천만송이 국화가 새롭게 활짝 핍니다  
노을이 무대가 되고, 바다가 축제가 된다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전주문화재단, 한·중·일 전통종이 교류 ‘삼국지향’ 성료
전주문화재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 청년 장인들이 참여하는 국제교류 행사를 열고 전통 제지기술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한 결혼식 무대로 변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특별한 결혼식 공간으로 변신해 신랑과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지난 2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실내 공연장에서는 가족과 친 
남원서 해금의 깊은 선율 만난다… ‘산조+더하기Ⅱ’ 공연
해금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전통 악기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악 공연이 남원에서 펼쳐진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1월 7일 오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