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느티나무 단상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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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아침 산책길에 느티나무께 문안인사를 드린다. 250여 년을 살아오신 덕에 시의 보호까지 받는 보호수이다. 호위하듯 곁에 서 있는 두 아들목과 함께 하고 있어 보기에도 흐뭇하고 든든하기 이를 데 없다. 어울리지 않게 아파트와 동거하고 있는 이 느티나무는 예전엔 한 고을을 거느리고도 남았을 풍채지만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기세엔 역부족인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파트를 조성하면서 느티나무를 그 자리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의 안과 밖으로 떡갈나무 숲이며 밤나무 숲을 만나게 되는데 그 또한 기존에 있던 것을 그대로 살려서 조경했음을 알 수 있다. 용인의 한적한 시골 한가운데에 있는 이 대단위 아파트단지는 요즘 내가 자주 기거하고 있는 딸네가 사는 아파트촌이다. 손주 돌보미를 부탁했을 때 주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오래된 느티나무와 숲들이 한몫을 한 것도 과언은 아니다. 오랜 세월 만고풍상을 다 겪고도 살아남아 이런 거목으로 한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고, 견디며, 간직했을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살아낸다는 것, 이런저런 위기와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서 올곧게 살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든 나무든 시련과 유혹은 늘 가까이에서 손짓하고 있기에. 길을 가다 넉넉한 품을 지닌 느티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 안쪽엔 오래된 마을이 있다. 예전엔 제법 번성했을 마을.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고 마을의 일들을 도모했던 느티나무 아래, 그 느티나무 아래엔 느티나무를 꼭 닮은 어른들이 함께하며 마을의 젊은이와 아이들을 일깨우고 품어주었다. 특히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이면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그네들에게까지 그 넓고 시원한 그늘로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었다. 마을도 사라져가고, 느티나무 그늘도 비어있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보다 더 시원한 커피숍을 찾아 휴대폰에 고개를 박고 있다. 느티나무의 시원한 그늘과 그늘 아래서 뛰놀던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된 느티나무를 닮은 어른의 한 말씀이 몹시 그리워지는 날이다.
/조경옥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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