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돌아가는 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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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 시인의 산문「그대에게 가는 먼 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통나무집에 살면서『월든』을 쓴 ‘콩코드’ 마을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몇 시간이나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폭설까지 내린 그날은 거의 저물어 저녁 빛에 잠길 무렵이었다. 월든 호수를 돌며 산책을 하는데 오솔길 모퉁이에서 한 노인과 만나고 그와 인연이 되어서 그날 밤 노인의 숙소에 초대를 받아 소로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며칠간의 우정을 나눈다. 노인은 소로에 감명받아 자연주의 사상을 실천하며 콩코드에 40년간 살고 있었고 정신과 영혼이 투명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류 시인이 만일 제대로 된 시간에 콩코드 마을에 도착했다면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노인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수년 전 여름휴가를 강원도 평창의 한 리조트에서 보낸 적이 있다. 전주에서 출발해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도중에 고속도로가 아닌 낯설고 이상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깊은 산골의 비행기재, 아리랑 고개를 넘어 굽이굽이 꾸불텅꾸불텅 아슬아슬 곡예라도 하는듯한 험준한 산길이었다. 처음엔 다소 염려도 되었지만 길은 길에 연하여 있음으로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리라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가기로 했다. 가다 보니 낯선 길은 너무나도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었다. 시간은 두어 시간 더 걸렸고 길은 평탄치 않았으나 눈은 계속 즐거웠고 마음도 고요한 산골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어 나중에는 정신마저 한없이 맑아지는 것이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풍경 속에서 정화된 느낌이랄까. 덤으로 얻어진 여행의 행복이었다. 아마 고속도로만 달렸다면 산골짜기의 아기자기한 촌가와 풀 뜯는 염소 떼와 깊고 푸른 산의 능선들, 그리고 시냇물과 나지막한 담장 아래 휘늘어진 능소화 꽃송이들, 둥근 느티나무가 서 있는 육모정은 결코 만나지 못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의 길이었다. 우리는 가끔 인생길에서 지름길로 가지 못하고 먼 길로 돌아갈 때가 있다. 길을 놓친 것 같으나 지나고 보면, 돌아가는 길 그 속에서도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보여주는 신의 섭리가 담겨 있는지 모른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우회로를 통해서 오히려 숨겨진 기적이나 보석을 만날 수도 있다. 돌아가는 길의 아름다움은 마치 인생길에 숨어있던 비밀의 한 페이지 같다. 또한 그것이 인생의 오묘한 신비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우미자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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