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걸음 모으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07일
|
 |
|
| ⓒ e-전라매일 |
| 걷고 또 걷는다. 이른 아침 기온이 싸늘하다. 골목길에 떨어진 이슬 먹은 나뭇잎이 곱게 단풍이 들 가을을 재촉하는 것 같다. 오늘은 동네골목을 몇 바퀴 돌아 한 시간을 걷는 것이 목표다. 이른 아침 골목에 핀 풀꽃들에게 눈 맞춤하면서 힘차게 걷는다. 스마트폰에서 내 발걸음을 측정해주니 걷는데 신바람이 난다. 지난달 건강검진을 갔다. 최근 한 주 동안에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했냐는 질문에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숨이 찰 정도의 걸음을 걸어봤나? 잠시 자문을 하고 생각을 더듬어보지만 숨이 차거나 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의 걸음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틀에 한 번씩 왕복 1시간을 고정적으로 걸었지만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없다고 적었다. 평소 많이 걷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런데 갈수록 필수 이동거리만 오갈뿐 걷는 시간이 줄고 있다. 그러던 차에 걷기에 열성을 다할 일이 생겼다. ‘도민 걷기 대회’ 소식을 들었다. 치매 예방 캠페인으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몸에 지니고 걷기만 하면 걸음을 측정해 준단다. 그 걸음을 모아서 선물도 준다니 반가운 일이다. 내가 평소 많이 걷는 편이라고 자부했으니 몇 걸음씩이나 걷는지 궁금했다. 바로 걸음을 측정해주는 앱을 설치하고 대회 참가신청도 했다. 걸음이 이동수단일 때가 있었다. 부모님은 장날이 되면 내다 팔 곡식을 리어카에 실어 보내고 이십 리길을 걸어서 장으로 가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곡식을 팔아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차비를 아끼려고 걸어오셨다. 나 역시 중학교 예비소집에 참가하러 시내까지 친구들과 걸어서 갔다. 그날 왕복으로 걸어서 학교에 갔다 온 뒤에 엄지발가락이 멍이 들었다. 첫 장거리 걷기에 고생을 했지만 이후에도 이십 리 길을 수없이 걸어서 다녔다. 교통비를 아끼느라 걸었던 걸음이었는데 이제는 건강을 챙기는 운동으로 걷고 또 걷는다. 걸어서 체중을 감소한 경험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과 직장만 오갈 때였다. 어느 순간 체중이 현저히 늘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살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심각함을 인식하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첫날 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걸었더니 1시간 30분이 걸렸다. 3개월을 걷고 나니 출근시간이 20분이나 빨라질 정도로 걸음은 빨라졌고 체중은 바라던 대로 감소했다. 보란 듯이 걸어서 건강을 챙기던 나였다. 그새 몇 년이 흘러 이제는 치매예방을 위한 걷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골목을 사이사이 누비며 걷고 돌아오니 6천 여 걸음이 측정되었다. 하루 일상 속 걸음까지 모으면 오늘도 만보 달성이 예측된다. 아침은 운동 삼아 속도를 내며 걸었더니 온몸이 덥고 땀도 난다. 곳간에 곡식을 쌓듯 걸음을 모아주는 창고가 기록을 경신해 간다.
/황점숙 수필가 사)한국편지가족 감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07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