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산숲에 들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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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을 걸으며 새들의 노래를 듣는다. 호로롯~삐이~호로롱 직박구리가 노래한다. 현호색과 노랑괴불주머니가 살랑거리는 산길을 이십여 분쯤 걸어 울울창창한 산숲에 들었다. 장엄한 폭포수의 물줄기가 달빛에 비치면 넋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는 구천동의 월하탄은 한낮이어도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그 위로 물 위에 달이 도장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비춘다는 인월담이 이어졌다. 반석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의 물방울이 튀어오르며 햇빛과 어우러져 눈부시다. 선경에 흠뻑 젖어 신선이 된 듯했다. 빼곡한 숲속에서 발길 옆에 피어 있는 야생화로 눈호강을 하며 걸었다. 옛 절터의 흔적일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석불상을 만났다. 잠시 손을 모으며 모두의 평안을 기원했다. 오래 전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에게는 제 나름의 사연으로 오갔던 생사生死의 길이었을 게다. 앞서 간 자들과 뒤따를 사람들을 위한 기도로 잠시 숙연해졌다. 나 또한 살면서 크고 작은 풍파가 어찌 없었겠는가. 잠시 숨을 골랐다. 지나고 보니 인생이 짧기도 하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에 이르렀으니 들리는 이런 일 저런 일을 순하게 받아들이자. 내 여생이 흐르는 저 물과 같기를 소망했다. 계곡물을 따라 천천히 나도 물이 되어 흘렀다. 외길을 따라 걸음을 내딛는다. 저만치 백련사가 덕유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팬데믹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인가, 백련사는 고요했다. 대웅전마저 입을 굳게 다물었으니 부처님의 설법을 어디에서 들어야할지 갸우뚱하는 순간, 노란 민들레가 그 말씀을 대신 읽는가 보다. 흰나비 한 마리가 경구를 받아 적는지 다소곳하다. 백련사는 내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삼십여 년 전, 무주군청에 근무했다. 그때 군청에서는 해마다 극기훈련으로 덕유산 등반을 진행했다. 어느 해 오월엔 직원 모두가 백련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캄캄한 밤, 요사채 마루에서 별을 세며 앉아 있었다. 그때 어둠의 계곡에서 끊일 듯 이어지는 섹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적막 속에서 아득히 들려오는 애잔한 선율에 맥없이 눈물지었었다. 그 소리가 그리워 대웅전 뜨락에 앉았다. 나른한 적막함에 옛 추억만 골똘해져 자꾸 고개 돌려가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따금 울리는 풍경소리가 허공에 물무늬로 번질 뿐이다. 꽃다운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사라진다. 모두 다 어디로 떠나버린 것일까.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지나간 것들은 마냥 그립기만 한 것일까! 건너편 향적봉이 굽어보며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어머니의 너그러운 덕을 닮았다는 덕유산 향적봉의 너른 품이 벌써 그립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저 언덕 너머에 있나 보다. 첩첩 산중의 능선 어디쯤에 있을 것 같은 그리운 당신을 향해 나는 다시, 산숲에 들었다.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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