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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가을과 겨울 사이, 자작나무숲에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9일
ⓒ e-전라매일
어느 날 Facebook에 내 <겨울 연밥>의 시집 속 ‘자작나무’ 시 한 편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친구가 오늘 갑자기 이 시에 꽂혀서 외우고 있는데, 자작나무가 미치도록 보고 싶다는 거다.
장수군 번암면에 규모는 작지만, 자작나무 숲 존재를 알기에 즉석에서 온라인 자작나무 탐방대를 꾸려서 출발했다.
자작나무는 지방질이 많아 불에 자작자작 잘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큐틴이라는 방부 물질 때문에 잘 썩질 않는다. 그래서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그림이고, 팔만대장경 일부는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끈한 자작나무를 사람들은 미인나무 또는 숲속의 여왕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 같기도 하고,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힘찬 기운마저 느껴진다. 또한 자작나무는 하얀 피부가 주는 신령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사람의 눈동자 같은 껍질눈이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탐방 대원들을 바라보는 수백 개의 눈동자 앞에서 우리는 엄숙해질 수밖에 없었고, 숲에 머무는 동안 저절로 자아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나무의 껍질은 죽은 세포들이 쌓인 것인데, 껍질눈(皮目)을 통해 숨을 쉰다고 하니, 죽음이 다시 삶을 이어가는 통로가 되어주는 모습에서, 죽음에 일정 부분 기대어 빚진 채 사는 모든 삶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수도승처럼 보이는 자작나무에게 곧 휘몰아칠 눈보다 깨끗한 묵언의 말씀을 묵묵히 들었다. 잎이 떨어지면 오히려 더욱 고고하고 도드라질 자작나무처럼 닥쳐올 우리의 겨울이 두렵지 않아졌다. 코로나 19 고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숲은 자작나무 하나가 만들 수 없는 풍경이듯, 우리도 더불어 숲을 이루고 사는 이유이다.
돌팔매처럼 눈 맞을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핀 꽃이 거대한 봄을 이끌고 왔듯이, 마지막까지 나무 끝에서 깃발처럼 나부끼는 잎사귀 하나가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생명의 시를 낭송하고 있다. 함께 빛나고 스스로 아름다운 자작나무 시 한 편 때문에 행복했던 하루가 노을 속으로 스며든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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