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나무의 생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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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서 들으니 송아지 울음소리 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아파트의 키 큰 수목들이 베어지고 있었다. 전기톱으로 전지를 하는 소리였다. 나무들의 너무나도 아픈 울음소리였다. 충격과 함께 내 마음도 베어지는 듯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동안 무성하게 잘 자라서 아파트 경내에 철쭉과 단풍나무들이 아담하게 배경을 이루고 키가 큰 느티나무, 은행나무, 살구나무들이 아름다운 정원수 같았는데 저렇게 무참하게 베어지다니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봄이면 연분홍 살구꽃, 여름이면 느티나무 잎새들이 초록빛으로 여울져 여름내 시원한 그늘을 던져주다가 가을이면 은행나무 노란 단풍과 느티나무 붉은 단풍은 우리 아파트를 풍성하고 아기자기하게 해주었다. 그들과 사계를 같이 하며 많은 날 행복과 사랑을 느끼곤 했었다. 때로는 좋은 시를 탄생시켜주기도 했었다. 손택수 시인은 그의 시나무의 수사학에서 ‘나무는 나의 스승’ 이라 표현했으며 이양하 선생은 수필 나무에서 ‘죽으면 나무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우리 인간은 나무에게서 실질적인 면 말고도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위로와 교훈을 얻는가. 전지하던 날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알아보았다. 관리소 측 얘기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가 이번 여름 초유의 태풍 때문이었다고 한다. 강풍이 너무 세어서 나무의 큰 가지들이 부러지거나 나무 자체가 넘어져서 아파트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수목보다는 사람과 건물이 우선이기에, 앞으로도 그런 강풍이 올 수 있어서 미리 해놓는 대비책이라 한다. 다른 하나는 새들의 배설물. 수목이 울창하니 새들이 특히 까치들이 남기고 간 배설물은 거의 사계절, 나무 아래에 지저분하게 널려있다. 또 가을이면 은행알이 지천으로 떨어져 밟히고 은행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나기 일쑤였다. 이제 새들은 둥지를 잃었고 은행알도 떨어지지 않는다. 일자 몸통에 울툭불툭 굵은 팔뚝 몇 개만 남은 나무들은 마치 현대 미술가가 기획한 야외 설치미술 전시작품 같다. 어찌 보면 ‘쟈코메티’의 조각상 걷는 사람을 연상하게도 한다. 장자의 외편 산목에서는 ‘못생긴(쓸모없는) 나무가 산에 오래 남아 있다’고 했다. 외양이 잘생긴 나무들이 아파트 정원수로 살다가 수난을 겪은 생! 그러나 군더더기는 모두 잘려 나가고 본질만 남아있는 참모습! 베어진 나무들을 통해서 이 가을 나는 사물의 본질적인 참모습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본다. 또한 그동안 나무들을 통해서 배운 사랑과 기쁨도 헤아려본다.
/우미자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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