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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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이 다 떨어진 가로수의 나무가 드디어 진면목을 드러내었다. 낙엽을 끌어 모으는 청소부 아저씨들의 가을걷이에 모인 낙엽들의 무늬는 제각각 찬란했던 생의 고통의 서사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어떤 서사로 표현해야 할지 고통스럽다. 비석에 새긴 묘비명 광고가 있었다. 죽어서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묘비명으로 알려진다. 풍자와 독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94세로 마지막 유머를 남겼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걸레스님으로 유명했던 중광스님은, “괜히 왔다 간다.” 요절한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으로 마지막 시를 남겼다. 또한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조병화 시인은, “어머니, 심부름 다 마치고 어미님께 돌아왔습니다.”라고 묘비를 남겼다. 프랑스 작가 미셀트루니에도 인생예찬을 묘비명으로 남겼단다.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백배나 많은 것을 갚아주었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오래 되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특별한 와인처럼, 붉은 단풍잎처럼 늙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 보다 어떻게 오래 살아가는가가 뜻깊은 시대다. 94세까지 환자를 돌보와 왔던 의사 한원주 박사가 지난 10월 타계하였다. 경기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과 유족 측은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지난달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11월 5일 밝혔다. 자신이 말년을 헌신한 병원에 입원해 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지내다가 영면에 들었다. 고인이 오래 생각해온 마지막 뜻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원장님께서 돌아가셔서 갑자기 어깨가 다 무너진 것 같다.” 환자분들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고 전했다. 원장님께서는 마지막까지 반듯한 모습으로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셨다. 병상에서 ‘원장님’하고 불러드리면 눈을 크게 깜박이셨으며, 조용히 마지막 길을 떠나셨다고 울먹였다. 80대 중반의 나이에 요양병원의 의사로서 도전한 고인을 직원들은 예우 차원에서 ‘원장님’이라고 불렀다. ‘사랑으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지론으로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태도와 ‘국내 최고령 현역 여의사’라는 이력은 각종 티비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매일 눈썹을 그리고 입술은 엷게 분홍빛으로 그렸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살아있다는 원동력이라고 했단다. 흰머리를 감싼 검은 모자는 그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고인이 별세 전 가족과 직원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은 단 세 마디였다고 한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망팔을 바라고 있는 나에게도 상징이 있다면 모자와 헐렁한 청바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색조 화장은 많이 하지 않지만 나도 입술을 그린다. 살아가는 원동력이라니 위안이 된다. 80대 중반에 요양병원의 의사로 새롭게 시작한 그에게서 새로운 희망의 힘을 받는다. 무엇으로 그와 같은 열정의 다 할 수 있을까. 수필가란 이름을 받고 있으니 생의 끝까지 희망의 글을 쓸 수 있을까. 건강 수칙을 지키면서 나도 그와 같은 의지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 이 늦가을 거리에서 나목으로 서서 겨울 단련을 준비하는 은행나무들처럼 마음을 챙겨 본다. 움츠러들지 말고 힘을 내보리라. 힘내요, 가을이 가고 있어요. 사랑해요.
/조윤수 전주문인협회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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