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푸르른 비상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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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은 한 송이 바람의 꽃이다. 꽃들은 바람 따라 피고 지며 잠시 허공 머물다 사라지는 바람의 넋이다. 뒷걸음치며 혼자라서 힘들 때 “바람이나 쐬고 오너라!” 등을 토닥여 주시던 아버지 그 한 마디가 가야 할 바람길 열어주신 흔들려 피어나는 나의 꽃이었다. 생의 여행길에서 세상 마주하며 살아가느라, 먼 길 돌아와 명산 마이산을 품고 자란 그리운 고향 옛집 찾으니 아스라한 추억만 회상되고 눈에 어렸다. 무량한 사랑과 희생이 가득한 곳, 강물처럼 세월만 흘러갔고,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족적을 남기자!’ 섬광처럼 뇌리를 스쳤다. 이것이 운명처럼 다가온 계기가 되었다. 한 획의 붓이 움직이기까지 밝고 맑음으로 비우고 채워야 하는 마음의 도량을 긴 시간 동안 수련해야 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려면 고독과 열병을 앓는다. 고려 예종 때 시인 강일용은 몇 번이나 비를 무릅쓰고 천수사의 남쪽 계곡에 가서 해오라기를 바라보고 “날아 푸른 산의 허리를 가르네[飛割碧山腰]”라는 시를 얻었다. 할割자 한 자를 얻기 위해 오래도록 고심하였다 한다. 동양에서는 시는 마음을 그대로 읊을 뿐이다[時言志]. 미사여구보다 진솔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때 여백의 미도 생기고 함축의 미도 생기며 시의 생명도 강해진다. 누구나 앞서가는 계절을 만나러 간다. 또한 자기가 자기를 낯설게 보는 시간이다. 어느 봄날 계곡에서 그리움에 젖은 아릿한 금낭화를 본다. 어둠이 찬연한 여명의 탯줄, 어느 여인의 가슴에 핀 서럽도록 고운 꽃, 아릿한 그리움이 긴 여울로 흘렀다. 가을 끝자락에서 산등성이나 언덕의 어깨쯤에서 억새꽃도 꽃이었다. 인고의 세월 버티면서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춤을 추는 꽃, 은빛 달 중천에 걸려 흔들릴 때 밤하늘에 시 한 수를 적는다. 그믐달도 기울면 어둠에서 살이 돋아 보름달이 되듯, 비우고 비우면 자연으로 가슴 되어, 푸르디푸른 만공漫空으로 비상하면 어떠리.
/이필종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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