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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 이른 아침부터 매급시 눈이 떠졌다. 잠옷이 허물 벗겨지고, 토스트와 우유가 입 속으로 찾아들어와진 다음 푸카푸카 양치질이 해졌다. 익숙하게 챙겨진 가방이 어깨에 올려메지고, 구두가 신겨진 뒤 직장으로 걸어가졌다. 전화가 받아지고, 문서가 작성되어지고, 사람들과 대화가 이루어지고,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처럼 울고 웃어졌다. 부장의 기미낀 인상과 만나지고, 쓰디쓴 커피가 마셔지고, 사장의 위대한 과업 명령과도 만나졌다. 후줄근한 빨래로 퇴근 되어지는 길, 물비누 같은 맥주가 흘러들어와졌다. 세탁기 속의 빨래처럼 마구 어지러워졌다.
눈이 떠지자 불끈 성욕이 발기해지고 스르르 스러졌다. 예고 없이 허기가 찾아와지고, 이따금 우울해졌다. 막연한 희망으로 우쭐해지다가 설핏 스러지는 노을처럼 쓸쓸해졌다. 불현듯 떠나가진 첫사랑이 생각나지고,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추억이 떠들려졌다. 흘러간 옛노래가 희미하게 와졌다가 사라졌다. 멀리 무인도의 그림 같은 해변이 찾아와지고, 하릴없이 누워져 멍청하게 구름을 바라봐지는 내가 출렁거려졌다. 사소한 물결에 기뻐지다, 슬퍼지다, 미소 지어지다, 적막해지다, 흐뭇해지다, 외로워지다, 갈팡질팡해지며 어디론가 마구 흘러가졌다. 울퉁불퉁 해졌다. 해 졌다. 오늘도
/양병호 전북시인협회회원 문학평론가 전북대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