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거리두기 힘들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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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울이지만 또다시 코로나의 기승으로 등산객이 적어 한가히 모악산을 걷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고교동창회 총무다. 코로나19 이후로 동창회모임이 잠시 중단되자 총무가 주로 하는 일은 동창들의 부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총무의 전화를 꺼린다. 더구나 지금은 환절기가 아닌가?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기에 모악산에 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나이를 생각하라며 일침을 놓는다. 방안에 누워 있는 것은 양지바른 산에 누워 있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누울 곳을 찾으려고 산에 오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직도 젊다며 부러워한다. 부탁할 일이 있다며 다음날 사무실로 오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창회사무실을 찾는 이가 줄어들자, 졸업60주년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작은 오피스텔로 이전했다.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벽에 걸린 시화의 글씨가 너무 작고 낡아서 읽기에 불편하다며 교체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체하는 김에 다른 작품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며 내 의견을 물었다. 친구들의 나이가 대부분 산수(傘壽)나 망구(望九)여서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신석정 선생님의 ‘임께서 부르신다면’이란 시를 총무에게 추천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사무실에 들렀을 땐 다른 시가 걸려 있었다. 총무는 매일 사무실에 다니는 친구에게 내가 전해 준 것을 읽어보라고 보여주었다. 그 친구는 그 시를 사무실에 걸기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내구연한이 다 된 노구(老軀)를 이끌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의료 쇼핑이나 하는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시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친구는 교회의 목사가 갑자기 응급실로 이송되어 수술 후 입원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병원을 찾았다. 친구를 본 목사는 하마터면 천당에 갈 뻔했다고 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천당에 예약이 되어 있고, 다른 사람까지도 천당으로 인도하겠다는 성직자가 죽음 앞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자 친구는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천당에 가기가 그렇게 어렵더냐고 물었다. 목사의 대답이 더 걸작이었다. 천당 앞에 있는 강이 너무 넓어서 도저히 헤엄쳐서 건널 수 없어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수영을 배우고 오라고 밀쳐버렸다.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다. 그때서야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단다. 천당에 예약된 성직자도 죽음 앞에서 주저하는데 하물며 성직자도 아니고, 치매나 요양병원과는 거리두기를 하려고 매일 사무실에서 팔운동이나 하면서 동양화에만 전념하는 이들이, 누가 부른다고 바람에 휘날리는 은행잎이나 재 넘는 초승달처럼, 또 흐르는 물이나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얼른 가겠느냐고 불평을 했다. 젊었을 땐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죽음이란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우연히 길에서 지나가는 상여를 보면, 화려한 꽃가마를 타고 요단강을 건너는 멋진 모습을 보았다며, 그날은 운수가 대통한 날이라고 자랑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주위에서 사라져가는 친구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비록 무기력하게 남은 내구연한이나 줄이며 매일매일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마주하기는 싫어 거리를 두려고 애쓴다. 그런데 코로나19까지 겹쳐져 거리두기가 더 힘들다.
/이희근
수필가
전주문협 이사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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