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올려나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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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대설도 눈은 내리지 않고 지나갔다. 요즈음 절기에 맞게 기대되는 날씨의 변화가 순조롭지 않다. 올여름은 긴장마로 덥지 않은 말복을 지냈다. 생각해보면 지난겨울도 눈이 내리기를 무던히 기다렸다.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여름이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절감하지만 강추위가 적은 겨울은 살기가 편하니 안주하게 된다. 지난겨울 끝자락이라며 꽃샘추위를 예고하는데도 함박눈이 내릴지 모른다는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눈이 없는 겨울은 상상할 수 없지 않는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때문이라며 앞으로 우리도 눈 없는 겨울을 지낼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분분했다. 다행히 예상을 깨고 2월 중순에 비로소 첫눈 같은 함박눈이 내렸다. 그날 눈 구경을 가자는 친구의 제안이 무척 반가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눈 내리는 풍경에 빠져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 터라 이심전심 반갑기 그지없어 함께 드라이브를 나섰다. 하얗게 쌓인 눈 풍경은 세상만사를 너그러이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대아저수지 주변을 돌고 찻집을 향해 가던 길에 흰 눈으로 덮인 위봉산에서 위봉폭포를 보기위해 전망대 앞에서 쉬었다. 함박눈이 시야를 가려 폭포의 물줄기는 언뜻언뜻 뿌옇게 보였다. 한참동안 눈 구경을 했더니 마음과 달리 손발이 시려 몸을 녹일 따뜻한 곳이 그리웠다. 마침 전망대 옆에 트럭을 세우고 영업 중인 포장마차를 봤다. “길거리 커피 마실까?” 우리는 친구의 한 마디에 살얼음 진 갓길을 엉기적대며 포장마차로 다가갔다. ‘00카페’ 현수막이 바람에 너울거린다. 간판이 있는 포장마차로 들어서니 메뉴도 다양하다. 무려 20년 된 노상카페란다. 이 길을 수차례 지나다녀도 기억 못했건만 함박눈이 보여준 풍경 덕에 산 속 카페를 처음 찾은 것이다. 산마루터 포장마차에서 커피와 따끈한 호떡을 주문하고 돌아서니 금세 친구의 머리위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그 모습이 예뻐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난로 옆을 지키고 앉은 바깥주인이 우리를 불러들인다. 붉게 녹슨 무쇠난로가 열을 뿜고 있다. 사방을 비닐로 두르고 문은 개방된 천막인데 공기가 훈훈하다. 카페라기보다 추억 속의 호떡집이 생각나는 곳이다. 듬성듬성 흩어진 보조의자를 끌어당겨 둘러앉으니 시리던 볼이 금방 녹는다. 처음 만난 난로지기도 평생 봐 온 눈이련만 하늘을 보며 새삼스레 감탄한다. 호떡을 기다리며 난로 옆에 앉아 있자니 연배가 비슷한 손님과 주인은 금세 초면이 아닌 고향사람이 되어 추억을 견주듯 털어 놓았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우리나라는 눈 내리는 겨울 추억을 꺼내자면 한 발채를 부려도 모자랄 것이다. 서로 추억으로 키 재기를 하는 동안 아기를 안은 젊은 부부도 들어와 호떡을 주문한다. 눈꽃에 팔렸던 시선들이 산 속에서 만난 귀여운 사람 꽃에 빠져 대화도 멈춘다. 젊은 부부가 눈 속으로 사라지고 손님이 뜸한 틈에 이야기꽃이 좋았던지 안주인이 따끈한 커피를 따라 내민다. 커피 향이 더 향기롭다. 그녀는 잠시 눈이 그친 틈에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우리를 부추긴다. 20년을 바라본 풍경이라며 집 앞마당인양 자랑을 쏟아 놓는다. 아까 본 풍경과 달리 위봉폭포의 물줄기가 줄기차다. 눈 없는 겨울이었지만 간간히 내린 겨울비로 폭포는 마르지 않았다. 새봄 물 걱정은 접어도 될 듯하다. 잠깐 틈을 주던 함박눈은 폭 넓은 폭포수를 향한 시야를 뿌옇게 가리고 다시 하염없이 쏟아졌다. 겨울이 가기 전에 눈 오는 날 추억이 한 겹 더해졌다. 겨울에는 따뜻한 옷을 입고 눈을 맞으며 걷고 싶다. 비대면 시대 미뤄두어야 할 바람이지만 눈 오는 날 친구와 함께 눈길을 걸을 수 있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올겨울 첫눈은 언제 내리려나.
/황점숙 수필가 사)한국편지가족 감사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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