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한 해를 보내면서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30일
|
 |
|
| ⓒ e-전라매일 |
| 겨울이 왔는데 동백꽃은 피지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을 내는 기나긴 한 해였다. 2020년을 통째로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포털의 어학 사전 검색 1위가 ‘팬데믹’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잃어버린 2020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수많은 국민이 곤고한 삶 속에서 웃음을 잃어버렸다. 날마다 높은 방지턱을 넘어야 하고 캄캄한 연말을 맞이해야 했다. 섣달 마지막 주 오후 세 시. 유리 벽 너머의 거리에는 싸늘한 바람 사이로 마스크 낀 청년이 낮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구급차가 불을 밝히고 아파트 통로에 대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한참 후 아직 늙지 않은 한 아주머니가 작은 가방을 들고 환자는 들것에 의해 실려 나갔다. 아마도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그런 상황이었다. 못 볼 것을 본 나는 허물어진 생에 대하여 긴 밤을 ‘엠마우스’라는 노래로 대신하였다. 아침에 텔레비전을 켰으나 모든 뉴스는 코로나 19로 도배를 하고 코로나의 불길은 봄날의 불꽃조차 보이지 않는 여시불 처럼 지역을 뛰어 이곳저곳으로 번진다는 소식이다. 이에 생산과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제가 위기에 내몰렸고, 업주는 물론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마저 일자리가 없어지면 우린 뭘 먹고 살아야 한다며 울먹인다.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은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뜨거운 고구마를 막 먹으려던 참이었다. 벨이 울리고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오른쪽 눈을 실명했는데 이제는 왼쪽까지 잘 보이지 않아. 그래서 이게 마지막 전화일지 모르니 잘 살아라”라는 말을 남기고 울먹이며 전화를 끊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인의 말이었다. 이제 보이지 않으니 전화를 할 수 없다는 그래서 삶을 정리하며 노을이 불꽃을 피우는 곳으로 가고 싶었던 소회의 시간이었다. 만년의 울음을 접하고 가슴이 먹먹하였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일상의 바쁜 궤적에 쫓기는 동안 무언가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기쁜 소식을 듣고 싶다. 기다리던 한 생명이 태어나고, 취업재수생이 첫 직장을 잡고, 내 집을 장만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가장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지구촌의 시계들이 멈춘 기분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응급차를 타고 떠난 멀고도 가까운 내 이웃이 다시 살아오기를, 그리고 실명한 노인의 고독과 아픔에 대하여 ‘흘러간 시간은 모두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코로나와 함께 한 야속한 세월은 얼굴 가득 내려앉았지만, 우리의 삶은 견고하고 강인해지리라 믿는다.
/안영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3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