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나의 영원한 버킷리스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03일
|
 |
|
| ⓒ e-전라매일 |
| 가뜩이나 움츠린 우리의 삶에 올겨울은 유난히 날씨도 흐리고 추운 날이 많은 것 같다. 마치 폭설로 사방이 막혀버린 강원도 골짜기 곰배령 마을, 어느 초가집에 와있는 느낌이다. 지금 누구에게나 위협이 되는 이 코로나 팬데믹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설 같은 재해임에 틀림없다. 단계별 거리 두기로 발이 묶인 요즘, 나는 주로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35년 직장생활에서 생각해보면 성취된 것도 많지만 주부이며 직장여성이다 보니 주부로서는 여러 가지 부족하고 제때 하지 못한 일들이 지내온 세월만큼의 짐으로, 냉장고며 안방과 여기저기 수납장에 쑤셔 넣어진 채 쌓여있고 내게는 그 짐을 신박하게 정리하는 것이 평생 숙제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비록 발은 묶였지만, 지금이 바로 정리의 시간, 내 삶과 환경을 투명하고 가볍게 비워본다. 하나씩 꺼내놓은 짐들은 숱한 사연들과 까맣게 잊었던 일들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보여줬다. 그런 과거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되돌아 갈 수 없는 순간들은 모두 영화처럼 남 얘기처럼 느껴진다. 정리의 핵심은 과거를 기억으로만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 버리지 않으면 이 넓은 세상의 공간도 부족하다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깊이 공감을 했다. 우리의 제한된 공간에서 버리지 않으면 여유가 없다. 보이는 것에서부터 정리를 해나가다 보니 보이지 않는 나의 마음과 생각까지도 여유로워서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부자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비우고 버리는 것에 방심하면 또 여유란 공간을 침범하기에 정리하는 것은 나의 평생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나는 가끔 “시처럼 사시네요.”라는 말을 듣곤 했었다. 들었던 말 중 가장 기분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시’라 하면 멋진 운율을 따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없는 듯하면서도 확실한 주제를 가진 아름다운 여백의 글이라 생각한다. 곰배령의 계곡에서 본 그 우렁차고 신선한 물처럼 보는 사람들까지도 시원하고 맑아지게 하는 청량함,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영원한 버킷리스트이다.
/조민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03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