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04:11:2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16:00
··
·16:00
뉴스 > 요일별 특집

[온고을문학산책]업어주고, 업히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17일
여동생이 회갑을 맞이하니 만감이 서린다. 동생이 태어난 지 스무 날 만에, 어머니가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여덟 살이던 내가 동생을 업고 어머니 발치에 서 있으면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야야, 학교를 못가서 어쩔거나”
“학교가 문제여? 어머니가 빨리 나아야지”
고난은 아이들을 일찍 철들게 한다. 석 달 내내 동생은 나와 한 몸이 되어 축축한 내 등에 업혀서 울다 자다하며 자라고, 나도 몸집이 커졌는지 입던 옷이 작아졌다.
어느 날, 동생을 업고 마을 어귀에 서 있었다. 저 멀리서 외할머니가 숨을 헐떡이며 넘어질 듯 달려오셨다. 전염병이라 와보지 못하다가 기별을 받고 오시던 참이었다.
“야야, 등에 있는 게 애기냐? 베개냐? 혹시 네 동생이냐?”
“예, 동생이에요.”
“애기가 안 죽고 살아있었단 말이냐. 진즉 죽었을 줄 알았더니 살아있었어?”
외할머니는 내 등에 업힌 애기를 들여다보며 만져보랴, 동생을 업고 있는 나를 쓰다듬으랴, 범벅이 된 눈물을 닦아내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는 듯 했다. 생명은 기적이며 축복이고, 슬플 때는 물론 기뻐도 눈물이 흐른다는 것도 알 게 되었다.
다 지나간다더니 어머니는 비척거리는 걸음이지만 발을 뗄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었다. 학교에 가자고 하셨다. 그토록 가고 싶은 학교였는데 쑥스러워 울음이 먼저 터져 나오고 말았다. 어머니가 손을 잡고 데려다주어 석 달의 장기결석을 마무리 했다.
새로운 학교생활은 주눅이 들어 조마조마하고 낯설기만 했다. 운동회가 코앞인데 나만 처음 하는 율동. 그 날의 당황스러움과 막막함, 좌절감과 소외감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리다. 며칠 동안이지만 나홀로 연습으로 운동회 날은 친구들 못지않게 잘 해냈다. 난생처음 맛본 성취감이었다.
동생과 나는 하마터면 생사가 갈렸을 역경을 극복했고, 청춘시절을 함께 고민하며 건너왔다. 고난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살아오는 동안 수시로 닥쳐오는 어려움도 힘을 모아 이겨냈다. 어려서는 내가 동생을 돌보아주었지만 인생의 여행길에서는 오히려 동생이 나를 업어주며 언니노릇을 해줄 때가 더 많다.
아무리 수명이 길어졌다지만, 어느덧 우리 자매도 인생의 황혼기를 향하고 있다. 이제는 황혼의 뜰을 잘 가꾸어야 한다. 앞으로는 지나온 세월보다 더 자주 업어주며, 업히며 힘을 모아야 할 게다. 자매가 서로 도와가며 순리에 따라 사노라면,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뜰이 되리라 믿어본다.

ⓒ e-전라매일


이영주 수필가
전북·전주문협 회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17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장수군 민선9기 출범 100일, 성과를 잇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대한민국 농업수도 과학으로 미래를 심다  
민생부터 첨단산업까지… 김제시, 국가예산 대응 총력  
익산 천만송이 국화가 새롭게 활짝 핍니다  
노을이 무대가 되고, 바다가 축제가 된다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전주문화재단, 한·중·일 전통종이 교류 ‘삼국지향’ 성료
전주문화재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 청년 장인들이 참여하는 국제교류 행사를 열고 전통 제지기술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한 결혼식 무대로 변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특별한 결혼식 공간으로 변신해 신랑과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지난 2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실내 공연장에서는 가족과 친 
남원서 해금의 깊은 선율 만난다… ‘산조+더하기Ⅱ’ 공연
해금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전통 악기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악 공연이 남원에서 펼쳐진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1월 7일 오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