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문학산책] 소식을 기다리는 중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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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두 번했는데 받지 않는다.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주위가 온통 흰 도화지 같다. 설경을 바라보고 서있자니 으슬으슬 추워진다. 한 번 더 전화를 할까 하고 전화기를 꺼냈다가 바쁜 일 처리 중이겠지 싶어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 케이크와 선물이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바라본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에게 줄 축하용이다. 며칠 전부터 자꾸만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소식이 궁금했다. 며칠 째 이어지는 생각인지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의 나이를 가늠해봤다. 입학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엄마에게 연락해보니 그렇단다. 아이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내가 글 쓰는 사람이니까 연필이 좋겠다며 2B연필을 지목해주었다. 문구점에 들러서 연필을 고르려니 디자인이 한 종류뿐이다. 색색별로 살 수 있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함께 살까 했지만 포기하고 연필 두 다스만 샀다. 반가움과 고마운 마음을 실어 지난 시간의 추억을 떠올리며 장문의 편지를 썼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살 수 있게 마음을 담아서 함께 준비했다. 아이가 10개월 되었을 때 인연이 시작되었다. 오랜 인연이 아닌데 내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지인이다. 하루 중 잠깐 만나는 시간이었는데 바쁘게 사는 부부가 공손하고 깍듯이 대해주었다. 사람의 관계에서 정이 생기는 것은 물질이 아니고 인격인 듯싶다. 나의 인격을 존중해주었다는 고마움이 아직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짧은 인연인데 가끔 소식이 궁금한 걸 보면 말이다. 새해가 되고 곧 입학철이 다가오자 매스컴에서 초등학교 입학생 인원이 줄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정보를 듣고 며칠 동안 그 아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참 귀한 우리나라 꿈나무들 중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는 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 기분을 살려서 아이엄마와 통화를 했던 것이다.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 며칠 전 이 시간에는 늘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곧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면 전화를 주겠지 싶어 눈길을 서성거린다. 기약 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몹시 새롭다. 통신의 발달로 금방금방 소식을 주고 받다보니 이 순간이 참 어색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연착되는 기차를 한없이 기다렸고, 시간표를 모른 채 길가에서 하염없이 시외버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은행에서도 공중화장실 앞에서도 기다림은 우리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번호표가 등장하고 한줄 서기가 생활화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정해진 시각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의 일정표나 앱을 통해 시간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살다보니 기다린다는 것은 마치 시간 낭비처럼 여겨진다. 요즈음은 매일 발표되는 방역당국의 발표를 기다린다. 감염병 3차 유행의 끝을 기대하면서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3차 유행과 함께 강력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5명이상 소모임 금지 조치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 소상공인의 가족이다. 아들은 직장생활 10년 만에 독립하여 자영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그동안 쌓은 경력의 직종이라 실력발휘를 하며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면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큰 타격을 받았다. 거기에 5인 이상 소모임 금지까지 취해지니 갈수록 영업의 폭이 줄어들었다. 아들은 탈출구로 배달 앱에 등록하고 인건비라도 보충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도 함께 애간장이 타고 있다. 혼자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싶어서 아들에게 집세라도 도와주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두 달은 견딜 수 있다는 말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려는 듯싶어 측은하기 그지없다. 사회구성원인 나부터 방역에 협조한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조심히 살며 사태가 진정되기만 기도한다. 한참 만에 연락이 닿은 아이엄마는 한달음에 달려와 반겨준다. 그동안의 추위도 다 녹아내린다.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붙잡는데 마스크 벗고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자하고 헤어졌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편지를 읽을 아이엄마의 음성과 고사리 손으로 박수를 칠 둘째아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아빠의 모습까지 상상하니 내 맘은 벌써 봄이다.
/황점숙 수필가 사)한국편지가족 감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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