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04:10:1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16:00
··
·16:00
뉴스 > 요일별 특집

[온고을문학산책] 소식을 기다리는 중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03일
ⓒ e-전라매일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두 번했는데 받지 않는다.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주위가 온통 흰 도화지 같다. 설경을 바라보고 서있자니 으슬으슬 추워진다. 한 번 더 전화를 할까 하고 전화기를 꺼냈다가 바쁜 일 처리 중이겠지 싶어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
케이크와 선물이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바라본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에게 줄 축하용이다. 며칠 전부터 자꾸만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소식이 궁금했다. 며칠 째 이어지는 생각인지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의 나이를 가늠해봤다. 입학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엄마에게 연락해보니 그렇단다. 아이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내가 글 쓰는 사람이니까 연필이 좋겠다며 2B연필을 지목해주었다. 문구점에 들러서 연필을 고르려니 디자인이 한 종류뿐이다. 색색별로 살 수 있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함께 살까 했지만 포기하고 연필 두 다스만 샀다. 반가움과 고마운 마음을 실어 지난 시간의 추억을 떠올리며 장문의 편지를 썼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살 수 있게 마음을 담아서 함께 준비했다.
아이가 10개월 되었을 때 인연이 시작되었다. 오랜 인연이 아닌데 내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지인이다. 하루 중 잠깐 만나는 시간이었는데 바쁘게 사는 부부가 공손하고 깍듯이 대해주었다. 사람의 관계에서 정이 생기는 것은 물질이 아니고 인격인 듯싶다. 나의 인격을 존중해주었다는 고마움이 아직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짧은 인연인데 가끔 소식이 궁금한 걸 보면 말이다.
새해가 되고 곧 입학철이 다가오자 매스컴에서 초등학교 입학생 인원이 줄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정보를 듣고 며칠 동안 그 아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참 귀한 우리나라 꿈나무들 중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는 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 기분을 살려서 아이엄마와 통화를 했던 것이다.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 며칠 전 이 시간에는 늘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곧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면 전화를 주겠지 싶어 눈길을 서성거린다. 기약 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몹시 새롭다. 통신의 발달로 금방금방 소식을 주고 받다보니 이 순간이 참 어색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연착되는 기차를 한없이 기다렸고, 시간표를 모른 채 길가에서 하염없이 시외버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은행에서도 공중화장실 앞에서도 기다림은 우리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번호표가 등장하고 한줄 서기가 생활화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정해진 시각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의 일정표나 앱을 통해 시간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살다보니 기다린다는 것은 마치 시간 낭비처럼 여겨진다.
요즈음은 매일 발표되는 방역당국의 발표를 기다린다. 감염병 3차 유행의 끝을 기대하면서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3차 유행과 함께 강력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5명이상 소모임 금지 조치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 소상공인의 가족이다. 아들은 직장생활 10년 만에 독립하여 자영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그동안 쌓은 경력의 직종이라 실력발휘를 하며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면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큰 타격을 받았다. 거기에 5인 이상 소모임 금지까지 취해지니 갈수록 영업의 폭이 줄어들었다. 아들은 탈출구로 배달 앱에 등록하고 인건비라도 보충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도 함께 애간장이 타고 있다. 혼자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싶어서 아들에게 집세라도 도와주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두 달은 견딜 수 있다는 말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려는 듯싶어 측은하기 그지없다. 사회구성원인 나부터 방역에 협조한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조심히 살며 사태가 진정되기만 기도한다.
한참 만에 연락이 닿은 아이엄마는 한달음에 달려와 반겨준다. 그동안의 추위도 다 녹아내린다.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붙잡는데 마스크 벗고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자하고 헤어졌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편지를 읽을 아이엄마의 음성과 고사리 손으로 박수를 칠 둘째아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아빠의 모습까지 상상하니 내 맘은 벌써 봄이다.

/황점숙 수필가
사)한국편지가족 감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03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장수군 민선9기 출범 100일, 성과를 잇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대한민국 농업수도 과학으로 미래를 심다  
민생부터 첨단산업까지… 김제시, 국가예산 대응 총력  
익산 천만송이 국화가 새롭게 활짝 핍니다  
노을이 무대가 되고, 바다가 축제가 된다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전주문화재단, 한·중·일 전통종이 교류 ‘삼국지향’ 성료
전주문화재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 청년 장인들이 참여하는 국제교류 행사를 열고 전통 제지기술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한 결혼식 무대로 변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특별한 결혼식 공간으로 변신해 신랑과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지난 2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실내 공연장에서는 가족과 친 
남원서 해금의 깊은 선율 만난다… ‘산조+더하기Ⅱ’ 공연
해금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전통 악기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악 공연이 남원에서 펼쳐진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1월 7일 오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