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을 빌리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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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힘들지만, 나무도 올봄엔 유난히 힘들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일찍 찾아온 봄 때문에 겨울 선잠을 깨자마자 정신 차릴 시간도 없이 일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맨살에 매질하듯, 몇 차례 반복된 추위 때문에 넋을 놓을 만했겠다. 벌써 지난 2월에 매화와 산수유 꽃이 활짝 피었으니, 혼란스러웠을 나무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해마다 2월이면 뱀사골에서 전해 내려오는 변강쇠와 고로쇠 이야기가 있고, 바닷바람이 닿지 않아 최고로 치는 청정 지리산 기슭의 고로쇠 수액을 지인들에게 보내줬다. 올해는 내가 건강이 좀 상했다는 말을 들었는지 반대로 여기저기서 고로쇠 수액을 보내줘서 마시고 생기를 얻어본다. 그래서 그런지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수액이 단순한 물이 아니라 나무가 지친 사람에게 주는 자기의 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고로쇠나무에 미안하고 고맙고……. 무릎 꿇고 앉아 경건하게 두 손으로 받쳐서 나무가 주는 봄을 마셔본다. 내 몸에 나무의 피가 돌자 위대한 생명의 힘과 온기를 더 많이 보태고, 더 많이 나누리라 약속해본다. 고로쇠 수액은 해마다 산촌 농가에서 1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채취한다. 뼈에 이롭다고 해서 주로 골다공증이나 관절염 환자에게 좋다고 하지만, 탁월한 항암효과 등이 밝혀지면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로쇠 수액의 당도는 채취한 뒤,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숙성되어 더 진해지는 특성이 있다. 수액 채취가 나무에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과 나무당 구멍 2개 정도의 적당한 채취는 헌혈 같은 효과로 오히려 나무의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한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나는 할 말이 없지만, 사람이 대답할 일이 아니고 나무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봄바람은 정해진 방향도 없이 질풍노도처럼 거칠게 불지만, 건강하고 용감한 꽃의 뒤를 꽃 무리가 따른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봄의 기운을 빌렸으니 세상이 환해지도록 늦게라도 화사한 꽃을 피워야겠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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