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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 봄 산은 열아홉 살 처녀다.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며 참으려 해도 터지고 마는 바람에 알록달록 한 치맛자락을 끌어당기면 하양, 분홍, 노랑 저고리가 피아노 치듯이 살아나는 저 산 위의 음색들, 울긋불긋, 파릇파릇, 치맛자락을 휘두르며 저고리를 걷어 올리며 하늘을 향해 유혹 하고 있는 저 산은 열아홉 살 먹은 처녀들이다.
봄 산!
봉긋한 가슴 사이로 뿜어내는 심장 의 고동 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가며 몸속으로 뻗어 있는 핏줄기에 온 힘을 다하여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저산의 처녀들, 저고리를 나풀거리며 놀란다. 놀란 구름 한발 물러서며 꽃가슴 하나씩 하나씩 터트린다.
봄 동산! 열아홉의 나이를 자랑하고 있는 저 산 위의 처녀들, 한 줄기 봄비가 고운 얼굴을 맑게 씻어 내리면 처녀는 새 단장을 한다. 휘파람을 불며 다가오는 바람에 봄 처녀는 다리를 걷어올리며 개울물에 유혹을 한다. 졸 졸졸, 눈을 떴다. 감았다. 망설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흐르는 개울물,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알뜰한 미소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내려가는 개울물에 봄 처녀는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꽃물든 다리를 담근다. 허망한 미소, 꼬리를 톡톡 내리치며 휘휘 모여드는 물고기들은 입질을 한다. 희망에 부푼 저 산은 꽃 물든 젖꼭지를 억 만개도 더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열아홉의 저 봄 처녀는 연둣빛 치맛자락으로 감싸 쥔 은밀한 곳에 저장된 액체를 물고기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정신없이 입질을 한다. 두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까르르 웃고 있는 찬란한 저 산은 영락없이 열아홉 살 먹은 봄 처녀다.
저 산! 저기 저 꽃동산!
꽃 처녀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그녀 같은 산! 뺨을 부비 대고 피어나는 안개가 치맛자락을 흥건히 적시면 억 만개의 생명력을 뿜어낼 듯한 저 산 처녀의 저고리 앞섶에 한껏 부풀어 오른 젖꽃판 돌기 하나하나에 꽃잎이 툭툭 튀어나온다. 색색의 저고리 사이에 감추어 두었던 비밀을 세월아! 세월아! 부르며 고운 그림을 색칠하고 있는 저 봄 산은 아직은 스물이 안 되는 열아홉의 처녀다. 따뜻한 햇살을 품고 있는 저 찬란한 봄 산은 산처녀들의 수정과정이다. 발랄, 싱글 생글, 탱글탱글, 따글 따글, 비밀을 봉긋한 저고리 앞섶에 감춰두고 하늘을 향해 너울너울, 둥실둥실, 하양 저고리, 분홍 저고리, 연둣빛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춤을 추고 있는 저 봄날의 음률들, 사글사글 눈동자를 굴리며 음밀한 미소로 하늘을 향해 마음껏 꼬나보고 있는 저 아가씨들, 햇빛이 쏟아지는 산야에서 열아홉 살 먹은 봄 처녀와 환한 웃음으로 하루를 접하고 싶다. 열아홉 살먹은 봄 처녀와 봄 동산에서 한 사날,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접하고 싶다.
신영순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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