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문학산책] 시간의 가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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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렸다. 그날따라 차가 밀려 입실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마지막 이수과목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무언가가 허전해 확인해 보니 전화기가 없었다. 조금 전 타고 내린 버스에서 흘린 것이 분명했다.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택시를 타야하나, 아니면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나. 택시를 타고 버스를 따라 잡으면 전화기는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시험은 치를 수 없게 된다.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그 학점을 따기 위해 다시 반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길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전화기는 쉽게 잊혀졌다. 과목이수를 위한 의식이 우선이어서 다행이었다. 시험을 무사히 치른 뒤 친구의 전화기를 빌려 제 전화번호를 눌렀다. 혹시나 운 좋으면 찾을지 모른다는 기대, 그러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기는 그대로 잃어버렸지만 이후 ‘이유 있는 분실’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명절 가족파티 때 아들이 한 이야기였다. 물론 대학 다닐 때의 에피소드지만 아들이 취한 행동은 현명했다고 생각했다. 그 무렵 전화기 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시간에 대한 가치를 바르게 판단했다는 것이 대견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잃은 한 쪽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는 결론을 나는 더 흡족해했다. 오래 전 나도 시간에 대한 허비虛費와 소비消費를 깊이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목표를 위해 쓰는 시간이 소비이고, 결과 없이 흘려버리는 시간은 허비라고 스스로 판단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지금 소비인가 허비인가. 대단한 발견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의 틈바구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허비인 것이고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한 모색이라면 소비라는 생각을 앞세웠다. 물론 소비인지 허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착각 속에서 살아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에 대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음이었다. 허비와 소비는 비슷한 말이다. 인생도 길게 보면 허비이며 소비이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순간의 판단이 어느 쪽 결과가 되느냐는 것뿐이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전화기는 아깝지만 분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시간의 소중함으로 대처한 아들의 결정은 옳았다. “잘했네.” 아들에게 내가 한 말이었고 약속한 듯 우리들은 함께 잔을 들었다. 지난 정월 초하룻날 밤이었다.
/선산곡, 전주문협 회원 前펜클럽 전주지부 회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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