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연서(戀書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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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연애편지 쓰는 일이 뜸해졌다.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아니면 전화로 간단하게 마음을 전하며 지낸다. 여기 1930년대의 부부사랑이 애틋한 편지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이시다. 외할아버지 여동생이신 고모할머님을 봄꽃 만나듯 만났다. 친정어머니 제사를 지낸 다음 날 아침이여서 우리 형제들은 모여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작고하신지 30여년 되었고 외할머니는 20여년 되었던 거 같다. 고모할머님이 웃음을 머금고 연서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풀어 놓으셨다. 감꽃이 똑똑 떨어지는 날이었다고 한다. 여느 때 같지 않고 집안이 조용하고 부지런한 올케도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인가 싶어 여기저기 한참을 찾아다니다 문이 꼭 닫혀있는 외할머니 방을 보고 이상해서 열어 본 순간 너무 어이없어 한참을 서 있었다고 한다. 초등 4년인 엄마와 외할머니가 땀을 죽죽 흘리며 얼굴이 먹물로 범벅되어 있고 방안은 온통 쓰다만 습자지가 널브러져 있었고 지친 두 사람은 붕어처럼 눈만 껌벅껌벅 말이 없었다고 한다. 사태를 알고 보니 외할아버지께서 새로운 사업을 알아보려 서울에 가신지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애타는 마음에 딸을 데리고 편지를 썼더란다. 이제 마악 붓글씨를 배운 딸이 쓴 글씨가 눈썰미 매운 외할머니 눈에 들지 않아 다그치고 다그쳐 또 쓰라고 했으니. 고모할머님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편지는 보내졌다. 한편 편지의 내용은 짧고 추상적이며 그 시대에 비춰 당돌하고 에로틱하고 시적이었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당신에게 훨훨 날아갈 텐데...’ 귀를 쫑긋 듣고 있던 우리들은 박장대소했다. 춘향전, ‘토끼 화상을 그리자’ 로 시작하는 창을 곧잘 부르시고 낭만적이었던 그녀가 퍼뜩 떠올랐다. 그 시절엔 사랑의 표현도 남 앞에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이 보고 싶어도 시댁 식구에게 내색할 수 없고 글을 몰라 편지도 못 쓰고 오뉴월에 문 꼭 닫고 어린 딸을 시켜 썼던 여인의 심정을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즉흥적이고 쉽고 빠르게 돌아가는 개방적인 지금의 시대에 비교해 보면 참 시간낭비이고 순박하지만 비현실적이고 유치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얼마 지나서 외할아버지의 답장이 도착했는데 그 또한 과히 걸작이다. ‘나는 오늘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김삼순이라는 인간의 새가 날아오는지 바라보고 있소’ “와아 두 분 정말 멋지시다” 우리는 더더 고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라고 하며 아이들처럼 눈을 반짝였다. 봄꽃들이 날개를 달고 아파트 창에 부딪히며 우우.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보내는 듯 했다.
김진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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