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문학산책] 무통(無痛)과 완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4월 19일
|
 |
|
| ⓒ e-전라매일 |
| 즐겁게 늙어가기를 작정한 부부가 한 평 한 평 하늘에 일군 화원(花園)을 살핀다 그 하늘에 처음에는 매화꽃을 들여와 앉혔다가 산수유꽃을 앉혔다가 벚꽃을 앉혔다가 살구꽃을 앉혔다가 깜짝 놀란다 꽃들을 보는 눈이 온통 무감각하다 그동안 봄을 들여놓고 사는 데 익숙하지 못한 탓일까 꽃들이 먼저 불행을 알아본다
꽃을 보는 가슴이 싸하다 싸한 것들이 참 오랫동안 묵은 침묵을 들쑤시고 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그래서인지 살려고 발버둥 쳤던 악다구니의 정신 대신 약간의 자족과 포기가 있으면 즐겁게 찾아드는 행복의 꽃들이 몇 번인가 거듭 와장창 피더니, 오늘은 완연하다 무작정 그 완연에 푹 빠진다
<시작노트> 고달픔의 시절을 보내고 나름의 성취, 그즈음에 이르렀을 때 문득 눈에 찾아든 온갖 풍경이 행복으로 충만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하다. 어느새 우린 봄을 들여놓고 사는 데 익숙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도 봄은 도둑고양이처럼 곁에 와 있다.
/곽진구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4월 19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