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04:07:3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16:00
··
·16:00
뉴스 > 요일별 특집

[온고을문학산책] 4월이 간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04일
ⓒ e-전라매일
아침잠을 깬다. 눈을 뜨지 않고 뒤척인다. 푹 잤다는 결론은 없다.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는 무거운 의식, 나는 점점 쇠약해지고 있는가. 신체에 찾아오는 통증의 정도를 스스로 진단해봤자 무슨 필요가 있을까. 나잇값으로 오는 신호이려니, 체념을 앞세운다. 그 마음, 별로 쓰지도 않다.
눈을 뜬다. 전자벽시계의 숫자가 두 개로 보인다. 원래보다 10여분 앞당겨 놓았지만 천천히 느려져 어느 날부터는 원 시각을 뒤따라간다.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 같지만 실은 시계가 느린 것, 그 30년 묵은 낡은 시계가 벽에 걸려있다. 저 시계나 내 존재의 이유나 다를 바 없다.
두어 번 눈을 끔벅거리다가 정확한 시간을 읽는다. 불편하다. 몇 해 전 백내장 수술을 했지만 눈 속 이물감은 여전하고 사물들은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 병원을 다시 찾았더니 눈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눈물은 액체여만 하고 눈으로만 흘려야하는가. 세월 따라 가슴으로 흐른 눈물이 육체의 눈물마저 마르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 눈에 눈물이 부족하단다.
“엄마 눈이 슬퍼 보여.”
며칠 전 딸아이가 아내에게 했던 말이었다.
“네 아빠가 더 슬퍼 보인다.”
아내가 그 말을 되받았다. 나는 그때 슬퍼 보인다는 눈으로 웃었다. 눈물 말라 뻑뻑해진 눈으로 웃었다. 그 생각, 뻑뻑한 눈으로 시계를 본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다.

벚꽃이 졌다. 여느 꽃과 달리 벚꽃의 아름다움은 늘 탄식을 부른다. 그 탄식은 낙화의 아름다움까지 이어진다. 한꺼번에 아름답게 지는 낙화의 의미를 어떤 나라의 무사들은 민족성으로 끌어안았다. 그 섬뜩한 차용(借用)과 용렬함에 속아서는 안 된다. 꽃이 민족성을 가르치지 않는다. ‘나의 살던 고향에 복숭아꽃 살구꽃’보다 훨씬 많은 왕 벚꽃의 원산은 우리나라다. 꽃은 꽃일 뿐이다.

사진엽서 몇 장 만들어 본다. 자작엽서다. 그러나 누구에게 편지를, 누구에게 엽서를 쓸 것인가. 내 자잘한 일상을 전할 용기도 이젠 사라지고 없다. 그 대상도 이젠 내 마음에서 하나 둘 떠났다. 못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편지를 의례로 대응한 일들이 잦아졌다. 의례의 편지는 말 그대로 의례일 뿐이다. 내가 한때 썼던 편지는 의례가 아니었다. 날마다 토했던 그 언어들은 삶의 몸부림이었을 뿐이다.
한 때 내 편지를 기다리던(?) 그 많았던 사람들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내 편지로 책을 내겠다던 종수형도 가셨고 광신이도 갔다. 공교롭게도 성이 같았던 두 사람. 그 별렀음이 독이 되었을까. 그 빛바랜 언어들은 지금쯤 의미 없이 지워졌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만약 그때의 언어들을 지금도 주절거리고 있다면? 사랑은 웃기고, 눈물은 찌질하며, 한숨은 바보 같고, 고독은 철없기 짝 없음을.

4월, 4월이 간다.
/선산곡
전주문협 회원
前펜클럽 전주지부 회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04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장수군 민선9기 출범 100일, 성과를 잇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대한민국 농업수도 과학으로 미래를 심다  
민생부터 첨단산업까지… 김제시, 국가예산 대응 총력  
익산 천만송이 국화가 새롭게 활짝 핍니다  
노을이 무대가 되고, 바다가 축제가 된다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전주문화재단, 한·중·일 전통종이 교류 ‘삼국지향’ 성료
전주문화재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 청년 장인들이 참여하는 국제교류 행사를 열고 전통 제지기술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한 결혼식 무대로 변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특별한 결혼식 공간으로 변신해 신랑과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지난 2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실내 공연장에서는 가족과 친 
남원서 해금의 깊은 선율 만난다… ‘산조+더하기Ⅱ’ 공연
해금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전통 악기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악 공연이 남원에서 펼쳐진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1월 7일 오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