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어버이날에 쓰는 반성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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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안에서 5월이라는 낱말을 가만히 굴려만 보아도 맑은 새소리가, 졸졸거리는 청량한 물소리가, 밤새 별들이 놀다간 흔적을 지우느라 풀잎마다 땀 흘린 이슬방울이, 살랑살랑 기분 좋게 속살거리는 초록 바람이 마구 매달려 나오는 듯하다. 어느 달 어느 계절인들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신록을 안고 오는 오월이, 아름답기로는 열두 달 중 단연 으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럴까? 오월엔 유난히 사랑을 확인하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기념일이 줄지어 있다.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 가득하고 눈물 나게 아름다운 5월, 그 5월이 오면 나는 양심이 찔려 아프다. 특히나 효심이 지극한 아들딸 얘기가 넘쳐나는 어버이날 즈음이 되면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서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다. 나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가족들 앞에서 특히 착하기만 한 아내 앞에서는 제왕처럼 살다 가신 아버지를 향해 미움의 옹이를 가슴에 품고 살았던 싸가지없는 딸이었다. 말년에 고작 3년여 친정어머니를 내 집에 모시고 병수발을 들면서도 애증의 외줄 타기로 자신을 괴롭힌 나쁜 딸이었다. 남편에게는 끝없는 헌신과 순종 그리고 늦게 둔 자식밖에 모르던 어머니에게만은 최상의 사랑으로 보답하리라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남의 가문의 맏며느리로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며 병중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제 와 무슨 말을 한들 궁색한 변명이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그 시간이 그때는 너무 힘들었었다. 내 어머니 85세로 가신지 올해로 17년, 지금은 望百의 시어머님과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못된 며느리의 현재진행형을 살고 있다. 어디쯤에선가 생각이 엉켜버려서 때로는 나를 지옥문 앞에 서게 하시는 시모님을 모시면서 내게로 쌓이는 감정의 찌꺼기를 주체하지 못해 날마다 마음으로 죄를 짓고, 날마다 반성문을 쓰면서 뻔뻔하게 살고 있다.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멀어도 참 먼 거리임을 확인한다. 남의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좋은 말로만 포장할 수도 있으리라. 속과 겉이 다른 언사를 늘어놓으며 때로는 불편한 심사를 무언으로 뭉개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가증스러운 연기를 펼쳐왔을까? 그렇게 날마다 죄를 짓고 반성문을 쓰며 이렇게 쭈뼛거리는 마음 한편으로도 파릇파릇 감정은 염치없이 살아서, 꽃은 숨 막히게 아름답고 가슴 저리게 신록은 찬란하여 눈이 부시다.
/전재복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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