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문학산책] 송엽국과 함께 잠들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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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이것이 꽃을 피웠어요! “ 베란다에서 아내가 황급히 부르며 한 말이었다. 무슨 꽃이냐고 물었더니 와서 보면 안다고 했다. 가서 보니, 아내가 애지중지하는 송엽국이 달랑 자홍색의 꽃 한 송이를 매달고 부끄러운 듯이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작년 초가을 어느 날이었다. 동부인 모임에 참석하려고 함께 걷고 있던 아내가 길가 언덕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물었다. 송엽국이라고 하자, 화분에 키우면 좋겠다고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 한줌을 채취했다. 남아프리카 원산인 범행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송엽국은 솔잎처럼 보이는 잎이 도톰하고 다육질이며, 꽃은 국화 모양이어서 송엽국(松葉菊)이라고 부른다. 겨울에도 파랗고 싱싱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자홍색의 꽃잎은 매끄럽고 윤이 난다. 아내는 채취한 송엽국을 작은 화분에 심고 지극정성을 다했다. 빨리 자라야 꽃을 볼 수 있다며, 밥을 지을 때마다 뜨물을 주었다. 물을 너무 자주 주어서 받침대에 고인 물을 비우고 닦아낼 때도 있었다. 겨울에 파랗게 자란 모습을 보고 흐뭇한 듯 웃으며, 잘 가꾸어서 아이들에게도 분양해 주겠다고 자랑했다. 봄이 되자 날마다 들여다보면서 왜 꽃이 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안달이었다. 다 때가 있는 법이라며 기다리라고 하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불평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마침내 한 송이가 피었다. 자기가 정성껏 가꾼 것이 꽃을 피웠다고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큰 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꽃을 보러간 아내가 또 불렀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알고 있지만, 아침에 핀 꽃이 저녁에 시드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꽃도 코로나에 걸리느냐고 물었다. 수면운동을 모르는 아내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수도 없어 난감했지만, 꽃에 따라서는 아침에 핀 꽃이 저녁에 꽃잎을 오므렸다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펴는 것도 있으니 기다려 보자고 했다. 다음날, 다시 활짝 핀 꽃을 보고서야 비로소 희한한 꽃을 보았다며 안심한 눈치였다. 그 다음날 저녁이었다. 외출복도 입지 않은 채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아내가 가만히 내 옆에 앉았다. 식물의 수면운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잠이 든 민들레를 확인하고 왔단다. 열심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본 듯이 흐뭇한 표정이었다. 잠시 뒤에 함께 TV를 시청하던 아내가 가만히 일어난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빙긋이 웃으며 베란다로 향한다. 송엽국이 잠든 것을 확인해야 자기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잘 자라고 인사하러 간단다. 그 모습이 참 평안해 보인다.
/이희근
전주문협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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