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남원의료원의 연못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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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를 풀다 보면 틀렸던 문제를 뒤에 다시 또 틀리게 될 때가 있다. 눈치채긴 했었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스럽게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어지러운 삶의 길에서 종종 길을 잃을 때마다 찾아가는 곳이 있다.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그림자가 하늘을 둘러싸고, 그 허공에 수련 가득히 핀 남원의료원 연못이다. 더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거나, 까닭 모를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 그곳에서 수련 사이 깊고 푸른 하늘로 뛰어든다. 환자복을 입고 연못가 정자에서 종일 연못을 바라보던 사람이 있었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해 걸을 수도 없게 됐을 때도, 휠체어에 앉아서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켜보던 그녀를 의사도 만류할 수 없었다. 운명에 대해 억울해할 만도 한데, 그날 하루 허락된 이 연못의 풍경을 한 생을 다 집중해서 바라보고 감사했던 여자. 그녀는 연못의 아름다움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던 세상을 비춰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지구의 평화와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이 연못 하나면 충분해 보였으니 말이다. 이제 그녀는 떠나고 없지만, 그녀의 애절한 시선이 담겨있던 연못에는 오늘도 수련이 만발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 전염병 시대이다. 너무나 단조로워서 권태로워 보였던 평범한 일상이 실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행복이었다고 절절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상황이 바뀌면 금방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또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가슴 속에서 출렁이는 연못만 있다면, 그 연못까지 가는 길을 잃지 않는다면, 삶의 방향조차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 문득 내 팔뚝에 꽂히는 긴 수액 줄 하나, 그 끝에는 남원의료원의 연못이 매달려 있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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