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땡감의 추억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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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우리 집 뒤란에는 제법 키 큰 감나무가 하나 있었다. 또 그 아래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앵두도 앵두거니와 봄이 되어 감꽃이 피고 떨어지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추려놓은 지푸라기에 감꽃을 꿰었다. 감꽃은 바로 먹으면 떫은맛이 나지만 하루 정도 말려서 먹으면 단맛이 난다. 그러니 감꽃 꾸미를 날짜 별로 걸어 놓고 좀 오래된 감꽃 먼저 먹으면 별미였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먹고 마실 간식거리나 음료가 많지만, 당시 시골아이들에게는 마땅한 간식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감꽃이 유달리 많이 떨어졌다. 그러니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더 많은 감꽃을 주우려고 새벽잠을 설친다. 아무리 우리 감나무라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먼저 와서 대문 열리기에 맞춰 우리 집 감꽃을 주우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밤은 아이들에게는 설렘과 기대감이 충만한 시간이었고 늦잠을 자지 않으려고 어머니한테 일찍 깨워 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혹시 어머니가 깜박 잊어버리고 깨우지 않는 날이면 그 아이는 공치는 날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감꽃이 열매로 변하여 토실토실 살이 오르면 그때부터는 땡감을 우려내 먹는 시간이 다가온다. 장독에 있는 작은 단지에 물을 목까지 채우고 거기에 된장기를 한 후 땡감을 주워 담아 하루 정도 놔두면 한여름에 달궈진 볕에 물이 데워져 떫은맛이 사라진 감으로 변한다. 이것이 여름철부터 감이 완전히 익기 전까지 간식거리이자 친구들과 나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였다. 지금이야 감나무 품종이 다양해서 단감 종류도 많고 대봉시 같은 씨알이 굵은 것도 많지만 그 당시야 그러질 못했으니 우린 땡감이야말로 최고의 먹거리였다. 떨어진 감만이 우려내는 땡감의 자격이 있었다. 나무에 단단하게 매달려 있는 감을 따서 물에 우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가을까지 버티어낸 감은 제사상에 오를 곶감을 깎아 말리게 될 귀한 몸이기에 그랬다. 그리고 나머지 익은 감은 따서 홍시로 보관하여 겨우내 할아버지, 할머니의 겨울 간식거리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경덕재에는 몇 그루의 감나무가 있다. 어릴 적 땡감의 추억만 있을 뿐 실행하지 못하는 가진 자의 여유만이 추억에 묻혔다.
/김철모 시인 전북시협 정읍지역위원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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