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당신은 알고 계시나요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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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문턱에서 내린 비로 이제 더위도 많이 누그러져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낮의 태양은 여름 못지않게 이글이글 탑니다. 쉬지 않고 1년 넘게 달려온 코로나 19가 아직은 거리를 뒹굴고 햇살 따라 빗살 풀고 나온 바람이 거침없이 길 위를 장악하네요. 당신께서 떠나시던 그 날은 유난히도 맑고 청아한 날씨였지만 우린 오늘날까지도 아픔과 그리움을 가슴 가득 안고 해마다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계절이 삼십 번이나 바뀌었지만, 우린 오늘도 당신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그곳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삼십 삼 년 전 우린 같은 집 월세방으로 이사를 해 한집에 살 게 됐지요. 당신께선 하루하루 막노동을 하시면서도 새참으로 나온 빵과 우유를 드시지 않고 가지고 오시어, 요 녀석들 눈에 밟혀 먹을 수가 없다 하시면서 날마다 아이들 손에 쥐여 주시고, 일을 안 나가시는 날에도 아이들이 요것만 눈 빠지게 기다릴 것이라면서 일부러 사 오셨죠. 부모님처럼, 언니처럼, 어느 땐 친구처럼 우리 초보 엄마들을 마음으로 가슴으로 안아주시던 그런 당신이 이렇게 우리 곁을 빨리 떠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처음 당신과 이별 했을 때는 날마다 당신을 만나고 오는 일이 하루의 일과였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행여 당신이 외로울까 봐서요. 비가 온 뒷날이라서인지 햇살이 높게 내려앉은 아침, 당신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큰아이가 17년 만에 동행한다고 해, 국화 3송이와 막걸리 1병 사가지고 당신 만나러 갔지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제 마음을 아는지 온 몸을 흔들며 당신처럼 맞아주네요. 어제 저녁 이웃의 무관심 속에 독거노인이 시신으로 며칠 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막걸리를 좋아했던 당신이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아련히 떠올랐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당신과 마주 앉아 막걸리 한잔 나누며 위로받고 싶은데 당신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가을을 서두는 풀꽃들이 한창이네요. 이렇게 이 계절을 보내다 보면 나뭇잎들은 시간을 비워내지 못하고 마음속의 나이테 하나 안고 선들거릴 겁니다. 가물가물 기억 속의 옆집 아줌마를 떠올리는 아이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웃들에게 당신이 뿌린 정이 자신의 자식도 나 몰라라하는 비정한 세상에 단비처럼 스몄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그래서 여전히 세상은 살만한 곳입니다.
/이선화 시인 전북시인협회 총무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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