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가을, 환상교향곡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13일
|
 |
|
| ⓒ e-전라매일 |
| 가슴이 설렌다. 타오르는 꽃불에 매료되고 말았다. 예정대로 가던 길을 접고 가슴이 뛰는 대로 달렸다. 웬만한 사진을 보고도 그렇게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 꺼질 듯한 재에서 불꽃이 튀었다고나 할까. 언제 그리도 치열했던 여름이 있었던가 싶게 가을 문 앞에서 좀 슬쓸하고 허전하였다. 에스텔이란 여인은 방년 18세 베를리오즈의 가슴을 뛰게 했다. 순수했던 음악가는 오랫동안의 짝사랑으로 그 뛰던 가슴속이 사랑의 환상으로 가득 찼었다고 한다.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은 분명히 수확과 결실이 주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하지만 격렬했던 여름을 겪어낸 뒤의 서늘함은 가을의 길목을 주춤거리게 한다. 결실의 마무리가 끝나고 추위와 더불어 겨울이 오면 반드시 가야한다는 사연이 절실한 철이기 때문일까. 흰 구름도 이름다운 무늬를 자아내면서 파란 하늘을 유영하며 사라진다. 맑고 높은 하늘 아래 누런 들녘을 지나자니 바람결에 일렁이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불갑산 입구부터 나를 당겼던 것 같은 꽃불의 전주곡이 울리고 있다. 추석이 지났지만 이제야 들녘은 본격적으로 무르익고, 산으로 들어가는 길의 가로수 밑은 꽃불이 번지고 있다. 하늘을 막아서는 높은 둑 위에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 공원이 예쁘다. 지나는 곳마다 가을 들꽃과 누런 들판에 새빨간 꽃무릇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불갑사 일주문에서부터 사찰 주변이 온통 꽃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하다. 꽃불에 델까 싶다. 호수에는 색색의 잉어들이 물속에서 놀고 물가에는 흰빛과 연분홍빛의 여뀌들이 자줏빛 물봉선화 무리와 서로 어깨를 짜고 꽃무릇과 어울려 있다. 풀벌레들의 사랑까지 합주할 수 있는 고즈넉한 숲 속이다. 예이츠의 <이니스프리>가 떠오른다. “나는 일어나 지금 갈 거야, 이니스프리로 갈 거야, 조그마한 오두막을 거기에 지을 거야 …. 벌 소리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 거야/ 나는 일어나 지금 갈 거야, 왜냐면 항상 밤낮으로 호숫물이 나지막이 찰싹이는 소리가 들리니까……” 불갑사로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 고창 선운사에 들렸다. 입구의 공원에는 빼어난 추사의 글씨체로 쓴 ‘화엄종주백파대율사대기대용지비(華嚴宗主白坡大律師大機大用之碑)를 보면서 치열하게 학문과 종교를 교류했던 성인들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도 있다. 선운사의 동백 숲과 차나무 숲 그리고 여느 곳보다도 고귀한 단풍 숲에는 인생과 학문과 불심의 향기가 배어 있다. 가슴이 다시 뛴다. 오후가 되자 빗방울이 돋기 때문이다. 어서 집에 가서 드러눕고 싶어져서 마음이 바빠진다. 평생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베를리오즈는 기어이 <환상교향곡>을 작곡하여 ‘처음 사랑한 여인에게 헌정’한다고 했다. 삶은 만남이고 만남은 사랑이니, 사랑의 장엄함이여, 그 황홀함과 고단함이여, 우리 사랑과 나태를 노래하자 했던가. 우리가 가질 만한 값진 것은 오로지 그것들뿐이라고. 언제나 첫사랑은 가슴 뛰게 한다. 시월 첫날, 사랑의 환상은 이렇게 고요한 내 가슴을 뛰게 하였다. 차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피고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을 거다. ‘나 일어나 갈 거야 그 숲 속으로’ 왜냐면 꽃무릇이 속절없이 가고 난 그 차밭에서 지금 노란 꽃술을 담은 차 꽃의 하얀 살결이 터지고 또 터지고 있을 테니까.
/조윤수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13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