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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오유지족(吾唯知足)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14일
ⓒ e-전라매일
가을의 중심으로 깊이 들어온 참 좋은 계절이다. 옛사람들이 시월을 상달이라 하여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하늘과 땅에 감사를 드린 이유를 알 것 같다. 드높은 하늘 청량한 바람, 저절로 뼛속까지 맑아지는 이 오묘한 기운을 시월은 가져다준다. 그러기에 여기저기에서 비록 코로나로 묶여있지만 축소하고 조심하며 나름 알차게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렇게 잠시나마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고 맑은 계절 속에 잠겨보면서 오늘 읽은 사자성어를 곱씹어 본다.
‘오유지족(吾唯知足)’~ 오유지족이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하라는 가르침이 담긴 말이다. ‘나 스스로 오직 만족함을 안다.’라는 뜻의 이 글자는 네 글자 모두에 입구(口) 자가 들어간다. 생각을 드러내어 말하는 것도 입이요, 먹고 사는 일도 입이니 네 글자 모두 입을 두고 경계한 사자성어인 것 같다. 비슷한 말로 ‘안분지족’도 이와 뜻이 같은 말이다.
지금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분수를 알아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자는 말일 테지만 어디 그것이 쉽기만 한일이겠는가?
모름지기 자신의 능력과 분수를 알고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는 뜻인데, 권력이든 재물이든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려고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세상이다. 평범한 소시민에게야 그저 눈꼴 사나운 일에 귀 막고 눈 가리고, 입이 있어도 말을 보태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누구는 밥을 위해 천신만고 벼랑에 서기도 하고, 누구는 불과 몇 개월의 퇴직금으로 가늠하기도 어려운 돈을 손에 쥐기도 한다니 상대적 박탈감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피눈물이 나기도 하겠다. 그러나 옆에서 툭툭치고 치솟는 사람들에게 기가 질려, 공연히 좌절하고 분노하고 애꿎은 분풀이를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를 부린다 해서 될 일도 아니니, 나 스스로 자신을 다독이며 분수에 맞춰 사는 것도 세상을 건너는 지혜이지 싶다. 이 또한 극한 상황에 내몰려보지 못한 배부른 자의 입에 바른말이라고 질책한다면 할 말이 없다. 형편이 어려운 유년을 건넜으나 어찌 되었건 많은 사람의 은혜를 입고 교단에 섰던 사람이니 당장 밥을 위해 고층 아파트 외줄에 매달리는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으므로... 끝으로 많은 사람에게 맑고 밝은 가르침을 주고 가신 법정 스님의 글을 올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 내가 가진 것보다 /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 가난하게 되돌아 보인다. (법정스님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 중에서)

/전재복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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