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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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서 이긴 ’다윗왕‘이 자신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반지를 만드는 세공인을 불러 다음과 같은 지시를 한다. “나를 위한 반지를 만들되 내가 교만하지 않고 큰 절망에 빠졌을 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기라.”고 했다. 왕으로부터 이러한 주문을 받은 세공인은 반지에 새길 글귀를 고민하다가 지혜롭기로 소문 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부탁을 하게 된다. 이에 솔로몬 왕자는 세공인에게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기라고 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즉 불행이 함께 할 때는 희망을 잃지 말며 행운이 따를 때는 겸손과 자만함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다윗왕이 주문한 명문의 글귀가 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 인간이 점차 고독한 존재로 내몰리고 그로 인한 우울이 잉태하고 있다. 우울은 제2의 살인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라”고 삶에 속은 자들을 다독였다. 그런데 살다 보면 참고 견디지 못할 만큼 삶이 그대를 속일 때가 있다. 누구나 안고 부대껴야 할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게 인생이다. 코로나19로 2년이 다 되도록 대인접촉을 최소화하며 살다 보니 사회적 관계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절실한 요소인지를 깨닫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단절되고 어긋나면 마음에 병이 생긴다. 고독과 우울이 바로 그 병이다. 인간은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다. 생명은 그래요 /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의 비스듬히 전문) 인간은 관계적 존재다. 불교의 연기법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인드라망은 서로서로 인연이 모여서 하나의 우주가 생긴다는 가르침이다. 연기는 불교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이 붓다의 통찰이었다. 팬데믹 시대는 단절의 시대다. 병상에 누워계신 부모님조차 맘대로 뵙지 못하는 자식, 그 자식을 그리는 부모님의 쓸쓸함, 어디 관광 한 번 마음대로 다녀오지 못하고 친구끼리의 모임마저 단절된 지 오래다. 이 모두가 단절 시대의 아픈 풍경들이다. ‘빅터 플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 “고통은 그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통 그 자체가 인생이기 때문에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고해라 하지 않았던가. 손가락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합치면 주먹이 되듯이 힘들고 지쳐도 서로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살아가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빛이 들면 어둠이 걷히듯 그게 세상 이치가 아니던가.
/류인명 시인 전북시인협회 상임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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