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꿈을 안겨 준 개여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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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한 추분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낮에는 활동하기가 거북할 정도로 덥다. 하지만 한더위에 몸에 흐르는 불쾌한 땀방울과는 달리 몸에 촉촉하게 밴 땀이 삽상한 바람에 상쾌함을 제공해 준다. 심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고, 농작물에 피해가 심하여 온갖 천대를 받던 잡초들도 이때가 되면, 봄여름 호시절에 꽃을 피우지 못 하고 허송세월한 것을 후회라도 하려는 듯이, 서둘러서 꽃대를 밀어 올린다. 그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그들이 피운 대부분의 꽃은 작고 볼품이 없다. 9월 하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화산공원에 오르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헉헉거리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 화산서원비를 지나서 첫 번째 쉼터에 이르렀을 때였다. 벤치에는 이미 산책을 마치고 내려온 나이가 많은 등산객이 혼자 앉아 있었다. 나를 보고, 다짜고짜 앞에 있는 풀들을 가리키며, 꽃 같지도 않은 것들이 군락을 이루고 무더기로 피우니 제법 꽃밭처럼 보인다고 감탄했다. 그 풀은 마디풀과인 개여뀌였다. 등산객이 앉아 있던 벤치 앞의 공간은 원래 산책로였다. 길이 계곡처럼 깊이 파이고 경사가 심해 그 길을 이용하는 이의 발길이 끊기자 개여뀌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때를 만난 듯 하얗고 빨간 꽃이 달린 긴 꽃대들을 주욱 벋고 있는 개여뀌를 보고 꽃밭 같다고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니 개여뀌에 얽힌 사건 하나가 언뜻 머리를 스친다. 어느 날 산책을 마치고 하산 할 때였다. 맞은편에서 두 여인이 다정하게 소군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 앞에서 한 여인이 괴성을 지르며 손바닥으로 “딱” 소리가 나도록 종아리를 치더니 우거지상이 되어 버렸다. 모기의 급습을 당했다. 그때 다른 여자가 얼른 옆에 있는 풀잎을 따서, 모기 물린 데는 최고라며 문지르라고 주었다. 무슨 풀이냐고 묻자 자기도 이름을 모른단다.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서 배운 비법이었다고 자랑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모기 물린 데 특효가 있다는 의외의 정보를 접하고 귀가 뜨인 나는 집에 도착하는 대로 컴퓨터에서 개여뀌를 탐색해 보았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줄기나 잎은 소화기질환 지혈 타박상 등에도 효능이 있는 소중한 약재였다. 특히 어독초(魚毒草)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나는 쾌재를 불렀다. 어렸을 때 찧어서 물에 풀고 물고기를 잡던 때죽나무의 열매처럼 개여뀌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난 지금 내년 여름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렸을 때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피라미를 잡던 께복젱이 친구들을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날 생각해 주렴’이란 꽃말처럼 개여뀌를 한 아름 가슴에 안고, 마스크를 벗은 채 냇가로 의기양양하게 걷고 있을 꿈을 꾸고 있다. 개여뀌는 기다림이란 꿈을 안겨 준 소중한 풀이다.
/이희근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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