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시간의 화석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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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현재는 없다. 찍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만, 사람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에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 기법 중에 패닝 샷(Panning Shot)이 있다. 움직이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카메라를 피사체의 속도와 같이 따라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찍으면 피사체는 정지하여 도드라지고, 배경은 피사체 뒤로 흩날리는 속도감을 저장한 사진이 탄생한다. 카메라 심도를 이용해서 배경을 흐리게 하여 피사체를 부각하는 아웃포커싱 기법이 있으나, 움직이는 시간적 흐름과 동감이 표현되면서 흐려져 피사체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병종 화백의 그림에도 시간의 화석이 있다. ‘생명의 노래’ 연작을 보면 종종 닥나무 껍질과 황토를 짓이겨 판에다가 거칠게 바르고 마르기 전에 그리는 기법이다. 아직 마르지 않은 닥판에 큰 붓으로 휘둘러서 살아 꿈틀거리는 미물이나 나무를 표현하는데, 마르고 나면 붓이 지나가는 데 걸린 시간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그렇지만 화폭 안에서는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과거의 시간을 눈앞에 풀어놓아 현재의 시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시간은 생명력이 없으면 화석일 뿐이다. 내 삶으로 돌아와서 나는 얼마나 생명들을 존중하고 관심을 가졌을까? 물어본다. 가슴 속의 나를 흔들어 얼마나 타인을 기운 나게 하였던가? 생각해본다. 누군가의 사진 속에서 또는 일상에서 내가 꿈틀거리는 시간이 되어 배경으로 흘러가 준다면 그들이 얼마나 빛날까? 그때는 몰랐고, 패닝 샷 기법으로 찍은 내 사진을 보면서 지금은 안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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