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가을걷이를 하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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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피는 꽃이나 가을에 맺는 열매처럼, / 제자리를 가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폭염 속에 초목이 자라고 / 찬바람 속에서 봄을 준비하듯 넘치지 않기는 / 또, 얼마나 어려운가. 오늘 울안 뒷밭의 가을걷이를 했다. 무슨 까닭인지 여름의 뒷자락이 주춤주춤 더딘 걸음을 놓아서 계절을 가늠할 수가 없게 하더니, 앞마당 나무들은 여전히 푸른 잎이 무성하고 심지어 사과나무는 꽃도 피워내고 있다. 뒷밭의 고구마 줄기는 얼마나 더 할 일이 남았는지 마른 이파리 하나 없이 무성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도 진즉 지났고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 문을 넘었음에도 아직 된서리를 맞지 않아서인지 뜰에 푸른빛이 낙낙하다. 그래도 11월인데 추수는 해야겠기에 가을걷이를 서둘렀다. 조금씩 소꿉놀이처럼 흉내 내는 농사야 수확물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식구가 먹을 만큼은 거두었다. 가지랑 고춧대도 뽑고, 제법 실하게 여문 고구마와 땅콩, 생강 등 남편이 땀 흘리며 거두는 동안, 감기들어 아프다는 핑계로 나는 옆에서 추임새나 넣고 인증사진 찍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참깨며 콩이며 이미 손질해 두었고, 아직도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야 우리가 먹을 만큼만 따먹고 놔두면, 겨울 동안 새들의 실한 양식이 될 테니 소박한 시골살이에 이만한 재미가 없다. 자연에 기대어 과한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단순한 시골살이가 번잡하지 않고도 참 오지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김없이 때를 알아 씨뿌리고, 꽃 피고 열매 맺는 자연을 보며, 자연에 발맞춰 살아가는 사람들, 저들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에 슬며시 묻어가는 중이다. 봄이면 싹을 틔워 꽃피우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어 제 할 일을 충실히 해내는 일처럼, 서로 헐뜯고 자기만 옳다 다투지 않고, 있어야 할 때와 자리를 가릴 줄 아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폭염을 견디며 초록으로 몸피를 불리고, 살을 에는 찬바람 속에서 묵묵히 봄을 준비하듯, 살아가는 일에서도 과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며 처신하기란 또 얼마나 어렵고 귀한 일인가! 오래 준비하고 기다리며 안으로 영글어 있는 사람, 자연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자기 몫이 아닌 것에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 우리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지도자도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날마다 시끄러운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문득 가망 없는 바람을 날려 본다. 아직은 겨울의 초입, 봄이 더 빛나려면 겨울은 겨울답게 매서워야겠지. 콜록~
/전재복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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