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가을 소리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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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졌다. 애틋했던 봄소식에 설렜던 꽃무리도 그러했고, 뜨거운 폭염에 견디다 쓰러진 생물도 있고 알찬 열매도 익었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절망도 그대로 있지 아니했다. 고통을 한탄하기보다 삶의 고비에서 스스로 위안을 찾아 남은 삶에 열정을 쏟으리라. 곧 쓸쓸한 가을 아침이 되면 뜨거움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허전함을 느끼리라. 아쉬울 새도 없이 모든 것은 사라지고 또 이어진다. 강물이 그러하듯 세월 따라 삶도 흘러간다. 뜨거운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올여름이 사라진 것 같다. ‘코로나 19‘에다 장마와 태풍까지 합세하여 여름을 휩쓸고 지나면서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벌써 거리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잎이 길바닥에 수북이 쌓이고 있다. 어느새 저녁 숲속에서는 풀벌레들이 그들의 사연을 이야기하기에 분주하다. 마치 가을 서곡을 연주하는 것 같아서 고즈넉이 그 연주를 쓸쓸하게 즐기며 천천히 걸었다. 진하던 초록 물결도 지친 듯 색이 흩어지고 있다. 들녘도 노란 물이 드는가 싶더니 수확을 끝내고 긴 휴식에 들어간 것 같다. 지평선을 물들이는 금빛 나락 물결은 가을 과실들과 더불어 풍요로움을 주었다. 배고파도 배고픈 줄 모른다. 가을 들판을 채색한 황금빛에서는 봄의 개나리에서 느끼는 찬란함은 없다. 그보다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넉넉함 뒤에 오는 허기진 마음, 뒤따라 올 비움의 또 다른 넉넉함이 기다리는 맛이다. 깊고 고요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맛, 뜨거운 물만 있으면 자꾸만 우러나는 찻물처럼, 그윽한 세월의 달콤쌉쌀한 맛이다. 가을꽃의 정서는 아련하다. 구절초의 빛깔은 하얗지만, 분홍과 보랏빛이 스미는 신비함이 있다. 쑥부쟁이와 벌개미취 빛에는 아릿함이 있다. 구절초는 여인들에게 좋은 약재가 되기도 한다. 그리움이 익으면 신비한 맛을 지니나 보다. 구양자(歐陽子)가 밖의 스산한 바람 소리가 이상해서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 인고, 나가서 알아보아라.” “별빛과 달빛이 환히 비치구요, 하늘에는 은하수가 걸려 있어요. 사방에 사람 소리는 도무지 없구요, 숲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요. 소리는 나뭇가지 사이에 있습니다.” “슬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니라.” 깊어가는 가을날의 정취를 어찌 단순한 슬픔으로 말할 수 있으랴. 쓸쓸한 즐거움이랄까. 단풍잎이 하루가 다르듯 늘그막 인생의 길목을 걷자니 한 해 한 해가 다르다. 찬란했던 단풍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져 쌓이는 풍경은 서글픈 아름다움인가.
/조윤수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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