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가방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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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시내버스 승강장 의자에 손가방이 있다. 솜씨장이 작품인지 섬세하게 수가 놓인 손가방은 텅 빈 승강장에서 의자를 침대 삼아 누웠다. 시내버스가 빠져나갈 때까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쓸쓸히 빈 공간을 지키는 원인은 무얼까. 주인은 어디쯤에서 가방이 없는 걸 알고 바쁜 걸음을 하고 있을 지 애탈 심정이 내 맘 같다. 나이가 들수록 손에든 물건을 제대로 챙겨 다닌다는 보장이 희박하다. 우산도 모자도 목에 두른 스카프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면 되도록 가방에 집어넣어야 안심할 수 있는 나이다. 안타깝게도 집을 나설 때면 내가 이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돌아올까 의심해 본다. 비 오는 날은 우산과 함께 비닐봉지도 함께 가방에 넣는다. 일을 보는 사이에 비가 그치기라도 하면 우산을 놓고 오기 십상이다. 비닐봉지에 담아 가방 속에 넣어야 다시 찾으러 가는 불편을 덜 수 있으니 말이다. 휴대폰도 손에 들고 있는 건 다소 불안하다. 수시로 손가방에 넣었다 꺼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필수품인 가방은 선물로 인기가 좋다. 내 주변에도 고급스런 가방을 들고 다니는 지인들이 있다. 새 가방을 들고 왔을 때 사기를 높여 줄 수 있게 고급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그런 눈높이가 부족하다. 얼마 전 아들이 생일 선물이라며 커다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사각모양 큼직한 상자에서 나온 것은 아담한 가방이었다. 그 가방에 매달린 가격표를 보는 순간 땀이 솟았다. 가격 때문에 포장한 상자가 아름드리였던 것이다. 몇 번을 필요하지 않으니 사지 말라고 당부했었는데…. 일상생활에서 주로 다섯 개 정도의 가방을 사용한다. 성당 갈 때, 직장 갈 때 가방은 고정이다. 필요한 물건을 넣어 놓고 장소에 맞게 바꿔들면 실수가 적다. 약속이 있을 때면 들고 나가는 가방까지 기호품처럼 몫을 지워 놓고 활용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니 새로 들어온 가방은 몇 달째 장롱지기를 하는 중이다. 며칠 전 자동인출기 앞 휴지통 위에 예쁜 가방이 놓여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크고 까만색에 금색 사슬 끈이 장식되었다. 잠시라도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한 바퀴 돌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주변에 사람은 없고 은행에 들어올 때 본 남성뿐이었다. 저 남자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잠시 곁눈질을 하고 통장정리를 시작했다. 통장 인쇄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가방을 바라봤다. 누가 깜빡하고 놓고 갔을까, 아니면 깜찍한 가방을 놓고 몰래카메라라도 찍는 걸까! 통장정리가 끝나기 전에 앞에 섰던 남성이 경찰관을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신고하신 가방이 어디 있습니까?” 좁은 공간에서 나까지 세 사람은 동시에 작은 손가방에 시선을 맞췄다. “이 가방이 있는데 그냥 가기가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경찰관은 잘했다면서 신고자에게 물건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또박또박 알려 준 뒤 가방을 열었다. “비어 있네요.” 남자는 빈 가방을 괜히 신고했다면서 겸연쩍어했다. 덕분에 가방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지만 빈 가방이라니 또다시 궁금해졌다. ‘누가 가방을 주워서 이곳에 놓고 갔나?’ 나의 상상력은 다시 날개를 폈다. 손에든 물건을 잃어버리기 수월하듯이 가방도 놔 버리기 쉬운 물건인 것이다. 시내버스 승강장에 놓인 가방과 며칠 전 은행에서 본 가방이 겹쳐진다. 내게도 늘 함께 달리는 건망증은 떨어지는 낙엽처럼 무수하다.
/황점숙 전주문인협회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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