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욕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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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사람들이 다라이라고 불렀던 것 뭔지 알지?” 친동생처럼 편하게 지내는 후배 하나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문득 그 후배가 다라이 얘기를 꺼냈다. 욕조를 새로 구입하려고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다가 옛날에 집에서 사용했던 다라이 생각이 났다는 거다. “나 어렸을 때는 커다란 다라이에서 목욕했다~!” 상 받은 얘기를 하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말하는 후배 목소리를 들으며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예닐곱 살 무렵까지는 커다랗고 빨간 다라이에서 목욕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던 당시의 우리 집엔 크고 작은 빨간 다라이들이 여러 개 있었다. 대부분 김장할 때나 부피 큰 채소들을 씻을 때 사용했지만, 깊이가 있는 커다란 다라이는 마당에 엎어져 있다가 우리가 목욕할 때 뒤집어졌다. 추운 겨울철엔 날 잡고 목욕탕엘 갔으니 그 욕조를 사용한 것은 대부분 햇볕이 뜨거운 여름철이었다.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차가운 물을 다라이에 받아놓고 한두 시간만 기다리면 목욕하기 딱 좋은 온도로 데워졌다. 그러면 언니가 물이 꽉 차 무거운 다라이를 빙빙 돌려가며 지붕 아래 그늘진 곳으로 옮겨놔 줬다. 늘 할 일이 많던 엄마와 공부하느라 바쁜 큰언니 대신 여동생 둘을 돌봐야 했던 작은언니는 높이가 낮은 다라이에는 갓난쟁이 동생을 앉히고, 깊고 커다란 다라이에는 나를 앉힌 뒤 머리를 수건으로 둥글게 감싸 올려줬다. 우리는 지붕 틈새로 가늘게 비쳐드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면서 언니가 얼른 등 밀자고 재촉하는 걸 못 들은 척하고 까오까오 물놀이에 열중하곤 했다. 그 즐거운 기억 때문에 나는 큰아이가 어렸을 때도 욕조를 놔두고 다라이에서 목욕을 시켰다. 플라스틱 욕조는 작은 아기의 몸이 미끄러져 물에 빠지기 쉽지만, 다라이는 미끄럽지도 않고 온도 차에 민감하지도 않아 편하게 목욕을 시킬 수 있었다. 아이는 몸집이 제법 커진 뒤에도 다라이에 들어앉아 커다란 배에라도 탄 양 흐뭇해하며 물놀이를 즐겼다. 이제는 집에서 사라져버린, 재래시장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빨간 다라이. 사극 여주인공이 꽃잎 동동 띄우고 목욕하는 욕조보다 더 호사스럽고 따뜻했던 다라이 생각에, 후배와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김소형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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