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개당귀와 문패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22일
|
 |
|
| ⓒ e-전라매일 |
| 60여 년 만에 찾아온 가을 한파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친구와 둘이서 모악산에 오르다가, 흘린 땀 때문에 감기가 더 두려워 서둘러 하산하면서 달성사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친구는 계곡에 피어 있는 접시 크기의 하얀 꽃을 가리키며 문패가 없으니 이름을 알 수 없다고 불평했다. 그 문패라는 말이 50여 년 전 추억의 마중물이 되었다. 어느 날 완산칠봉에 오르기 위해 완산초등학교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한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식이 끊긴 지 오래여서 안부가 궁금했다. 하지만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부근의 변화가 심해서 집을 찾기가 수월치 않았다. 새로운 주택과 원룸이 꽉 들어차 있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골목마다 기웃기웃 더듬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50여 년 전에 집들이의 기념으로 들고 간 문패였다. 반가워서 무조건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하고 내미는 젊은이의 얼굴을 보고, 아직도 이 집에 조 아무개가 살고 있느냐고 묻고 크게 실망했지만, 남의 문패를 그대로 달고 있는 의미심장한 설명을 듣고, 문패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한 수 배웠다. 그 문패는 자기 할아버지의 것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이 집에서 사시는 동안에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떳떳한 삶을 영위했기 때문에 자랑스러워 그대로 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거처와 근황도 설명해 주었다. 식물의 문패인 잎이나 꽃을 보고도 읽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 문패를 읽을 수 없어 친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꽃은 미나리과인 개당귀꽃이다. 원래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지리강활(智異羌活)이라고 부른다. 자주색 꽃을 피우는 참당귀와는 달리 하얀 꽃을 피우며 키가 1m 정도로 크고 줄기의 밑 부분이 붉은 독초이다. 참당귀로 오해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을 보고 개당귀로 개명했다. 독초이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더워서 등산을 포기하고, 발을 담그러 달성사 앞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우연히 낯선 식물 하나를 발견했다. 개당귀였다. 지리산의 개당귀가 모악산에까지 침투해 들어와서 달성사 앞의 계곡에 터를 잡고 있다가 눈에 띄었다. 다음에 찾아갔을 때, 개당귀의 줄기 하나가 알을 밴 듯이 가운데 부분이 도톰하게 부풀어 있어서 곧 꽃을 볼 수 있을 거라 예측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도톰한 부분에서 벋어 나온 새로운 줄기를 발견하고 희한한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비로소 개당귀의 꽃은 두상화(頭狀花)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 많은 이들이 개당귀를 보면 참당귀로 오해하고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경고방송이다. 인공지능(IT) 시대에 거미줄안테나와 같은 하얀 문패를 달고 독초임을 알리고 있다. 가을 한파에 하얀 문패가 더욱 빛난다.
/이희근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22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