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까치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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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지혜로웠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으로 삶을 영위해 왔음을 여러 면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까치밥이 그렇다. 자연이 준 선물인 매달린 감을 모두 수확하는 게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고 있는 새들과 나눠 먹는 지혜를 가진 것이다. 날이 추워지고 먹을 것이 궁한 까치 입장에서 보면 한 가닥 희망의 불씨가 될 법하다. 필자의 경덕재 차방 바로 앞에는 감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하나는 대봉감이고 하나는 관상용 감나무이다. 씨알이 작아 사람이 먹기에는 좀 그러니 관상용으로, 수확하지 않고 겨울을 나는 것이다. 눈 오는 날 눈 속에 파묻힌 빨간 진주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그냥 좋아진다. 남천 열매가 싸라기 빨간 진주라면 이 똘감은 포도를 닮은 빨간 진주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겨울은 여느 해와 달리 눈이 없고 춥지 않아서 그 까치밥이 세밑까지 여유롭게 남아 있었다. 그러니 까치보다는 직박구리가 먼저 와서 맛보고 그것도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심심하면 한 번씩 날아와 맛만 보고 가는 것이다. 새들과 나눔을 같이 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맘이 참 포근하다. 사람에겐 관상용이지만 이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될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얼마 남지 않은 달력이 가쁜 숨을 쉬고 있을 때 안 오던 눈이 제법 내렸다. 그러니 갑자기 까치밥의 입질이 바빠졌다. 직박구리는 당연이고 물까치와 까치들의 자리다툼이 심해진 것이다. 서로 쫓고 쫓기는 살법한 삶의 현장이 재현되는 것이었다. 산과 들이 온통 하얀색이니 이들에게 빨간 진주는 생명줄이 된 모양이었다. 하나라도 더 먹어야 했다. 이러다 보니 이제 까치밥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의 운명처럼 까치밥이 막을 내리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까치밥이 자취를 감출 때는 해가 바뀌고 새 움을 트기 위해 긴 동면을 청할 것이다. 까치밥이 얼마 남지 않으니 괜히 숨이 막혀 옴을 느낀다. 그 위기감은 나눌 것이 없다는 냉정한 현실과 볼거리가 없어진다는 낙담에서 나온 결과일까. 하지만 결코 희망은 없어지는 게 아니다. 다음은 바로 옆 남천의 빨간 진주가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군량미는 아니더라도 일정 시간 그들에게 생명의 양식이 될 거다. 그리고 차디찬 동면의 시간 속에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 다시 주렁주렁 열릴 토실한 감을 생각하면 배가 불러온다.
/김철모 시인 전북시인협회 정읍지역위원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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