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날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12일
|
 |
|
| ⓒ e-전라매일 |
| 코로나19 때문에 해넘이나 해돋이 행사는 언감생심이어서, 조용히 새해를 맞이했다. 그래도 방 안에만 죽치고 앉아 있기가 뭐하여 첫날에 화산공원으로 향했다. 방한복 차림에 둔한 발걸음으로 정상에 오르자, 몸에 밴 땀으로 촉촉함을 느꼈다. 나목이 된 큰 상수리나무 밑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팔다리를 몇 번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미쳐 떨어뜨리지 못한 잎 때문에 꾀죄죄한 모습의 나무들이 많았다. 그것들을 보니 불현 듯 어렸을 때의 한 정경이 선하게 떠올랐다. 아지랑이가 눈에 어른거리는 따뜻한 봄이 되면, 뒷동산에 올라가 띠밭에서 열심히 삐비를 뽑아 먹었다. 그때 눈앞에 자꾸 어른거리는 훼방꾼이 있었다. 작고 빠른 도마뱀이었다. 귀찮아서 눈에 뜨이는 대로 발로 밟으면 재빠른 도마뱀은 꼬리만 잘린 채 달아나버렸다. 팔짝팔짝 뛰는 그 꼬리를 보면서 도마뱀을 시집보냈다고 좋아했다.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생물체가 어려움에 처할 때 자기의 몸을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 몸의 일부를 스스로 끊어내고 달아나는 행위를 자절(自切)이라고 배웠다. 곤충 지렁이 오징어 불가사리 게 새우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잘린 부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되는 재생(再生)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하는 우화(羽化)도 자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항상 자절(自切)을 한다. 몸을 키우려고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찢고, 꽃이 수정이 되면 아름다운 꽃잎을 버린다. 또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모든 잎을 버리고 나목이 되거나 성장을 멈춘다. 이런 현상들이 모두 자절에 속한다. 최근엔 온난화현상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절 능력을 상실한 나무들이 많다. 잎을 물들이지 못한 채 상록수처럼 서 있거나,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잎을 그대로 매달고 있다. 떨어뜨리지 못한 열매 때문에 더 엉성해 보인다. 사람이 성장·발달의 단계에서 꼭 습득해야 할 과업이 있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발달과업이다. 그 과업의 결손은 성장·발달에 장애가 되지만, 항상 정상인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습득한 과업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뼈를 깎듯이 과감하게 버리는 자절(自切)을 이르는 말이다. 버리지 못해 나타나는 미숙한 행동을 퇴행이라 한다. 잘라내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나타나는 어리석음이다. 임인년의 새해를 맞이했다. 신축년 한 해 동안의 많은 어려움 때문에 좌절(挫折)할 게 아니라, 회복과 재생을 위한 과감한 자절을 통해서 눈앞의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웅장한 호랑이의 포효를 위해 입을 가리고 다닌 마스크도 벗어버려야 한다.
/이희근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12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