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겨울의 길목에서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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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달이 흐르는 속도는 자신의 나이대로 라던가. 늦가을 달아나는 단풍을 뒤좇기라도 할 듯 남녘으로 내달았다. 이미 남녘에도 단풍은커녕 낙엽 진 나무들이 벌거벗고 있었다. 내 마음에는 여전히 추성부도(秋聲賦圖)를 그리고 있건만…. 단풍 든 주왕산 계곡을 그리면서 주산지에 닿았다. 주차장에서 약 20여분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길이 절벽과 소나무로 둘러져 있어 깊은 산속의 청량감에 싸인다. 잎이 지고 난 나무들이 기도하듯 처연하게 보여서 저절로 명상의 길이 되었다. 백두산 천지는 못 가지만, 여기 주산지는 작은 천지 같이 4계절이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주산지의 가을 풍경이 오색찬란했지만, 봄여름가을을 품은 저수지는 무채색으로 고요했다. 주산지에는 백 년 이상 된 왕버들나무들이 빈 가지를 들고 물속에서 의연히 젖어 있다. 적막의 차가운 달밤에는 달그림자와 별밤에는 반짝이는 별빛의 속삭임이 어울려 적요한 그림이 되리라. 앞으로 다가올 세한(歲寒)이 저절로 그려진다. <봄여름가울 겨울 그리고 봄>이 떠오르면서…. 마음으로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간결한 그림. <세한도(歲寒圖)>는 추사 김정희의 암울하고 쓸쓸한 자신의 말할 수 없는 처절한 심정을 볼품없는 조그마한 집 한 채와 늙은 소나무로, 제자의 고마운 행동은 지조의 상징인 우뚝 선 소나무와 잣나무로 표현하였으며 ‘너와 나’ 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무관심은 집 이외의 아무것도 없는 겨울 배경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의 제일 오른쪽에 찍은 주문방인(朱文方印)이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니, 이제 와서야, 세한도의 소박하면서도 초탈한 듯한 깊이 있는 격조가 내 감수성에 와 닿는다. 제자 이상적에게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라고 했던 뜨거운 마음만이 제주의 풍상을 어루만졌던 것이었던가. 주산지의 싸늘한 호숫가에 쌓인 낙엽을 밟자니 새한도의 성정이 뜨겁게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도 그렇게 서로의 삶을 나누면서 위로했던 세월의 정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인가.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유배 시절의 김정희의 나이를 넘고 보니 그 세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밤낮이 없는 시멘트 건물 군 사이로 뜨는 도시의 현란한 인공 빛들 속에서는 늦가을의 소리와 세한지정 같은 심사가 생길 틈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옛 선비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정신을 그림으로 말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예술혼이 아련하게 그리운지도 모른다. 주산지 물속에 빈 가지로 의연히 서 있는 왕버들 나무들에서 세한지정을 그리는 이 심사가 그런 마음과 비슷할까. 언젠가부터 유배지 같았던 전주가 고향처럼 아늑해졌으며 전주가 지닌 전통의 문화미에도 푹 젖어 지내고 있었다. 단풍잎 오그라드는 인생의 가을이지만 겨울 나목이 되어도 소나무의 푸른 정신과 붉은 심장만은 잃지 않을 것 같아 내 인생의 세한도는 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 또한 인생의 길이다. 이렇게 어느새 내 마음의 세한도를 그리고 있으니…. 다만 간결하고 아름다운 진정한 세한도를 그릴 수만 있다면 더 발랄 게 없으리라 벌써 2년 동안 코로나 펜데믹으로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지구인이다. 문명의 혜택을 누려온 세월이어서 세한도 그릴 여념은 없으리라 했었다. 받은 만큼 되돌려 받는 고난인지도 모른다. 이 겨울 유배 시절 추사의 심정을 생각하며 주산지에서 명상했던 <세한도(歲寒圖)>나 마음으로 그리면서 오는 세한을 건너보리라. 어느새 밖에는 눈발이 휘날린다.
/조윤수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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