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비움의 미학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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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지인들의 부모나 더러는 배우자와의 사별로 부음을 받는 일이 많았다. 대부분 망자가 90을 넘기신 분들이어서 100세 시대를 실감한다. 우리 집에도 구십을 넘기신 시모님이 설 전부터 감기기가 있으시다 설을 쇠고 나니 급격히 호흡이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 중이시다. 잘 회복하여 돌아오시기를 바라지만 자식들 문병도 어려운 시기에 무슨 일을 당할까 걱정이 된다.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나이 듦이 빛나는 훈장도 아니지만, 늙음이 마치 낡아빠져서 폐기처분 해야 할 물건처럼 홀대를 받을 일은 절대로 아니다. 노인은 개개인이 한 세대의 애환을 담은 엄중한 역사이고 증거이며, 개개인이 머물다 가는 생의 흔적은 험난한 한 시대에 존재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 아니겠는가? 풋풋한 청춘처럼 빛나고 설레는 일은 아니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날들이, 늙음은 낡음으로 인식되고 걸리적거리는 물건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의 당당한 태도와 노력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지는 모습이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꽃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꽃이 지지 않고는 열매나 씨앗을 맺지 못하니, 지는 꽃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숭고한 자기희생, 비움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늙음의 미학’을 찾아보았다. 늙음의 미학에는 ‘비움, 노련함, ‘점잖음, 지혜’ 등이 있는데, 그중 으뜸이 버림으로써 여백을 만든다는‘비움의 미학’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늙으니 시간에 매이지 않아서 좋고, 돈과 명예, 사랑을 좇아 애면글면하지 않아서 좋다는 등 좋은 점이 꽤 많았다. 열거된 것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내려놓고, 비우고, 버리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주먹을 쥐고 태어나는데 이것은 세상에 대한 무한한 욕심이요, 죽을 때 손바닥을 펴고 죽는 것은 비움을 뜻하는 것이라 한다. 비운다는 것은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버린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니 유한한 생을 살아가며 영원한 자기 것인 양 아등바등 지키려 했던 욕심으로부터 온전히 풀려나는 진리를 죽는 순간에야 깨우치고 가는 것이다. 움켜쥔 주먹을 펴고, 비워낸 마음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일이다. 우리가 타고 가는 시간여행 열차는 다음 역에서 당신 혹은 내가 먼저 내리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전재복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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