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천사의 숨결을 찾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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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초미세먼지 가득하나 화암사 오르는 길은 밝았다. 조금 밋밋하다 싶으면 구절초 진자리와 맥문동 진자리에 살짝 서리가 내려앉은 오솔길과 마주하게 된다. 산길은 먼저 간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줄을 잇고 친절한 이정표가 있고 듬성듬성 여울이 있어 쉬엄쉬엄 갈 수 있었다. 화암사는 미음 자형 마당에 우화루와 하앙식 극락전을 이어 불명당과 적묵당, 띠살문의 승방이 있다. 하앙식은 일반 지붕 구조보다 처마를 훨씬 길게 뺀 건축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것이라고 한다. 428m의 불명산은 수행자의 걸음으로 한 발씩 들여놓으면 파도가 일지 않는 바닷속에서 노란 잠수함을 탄 느낌이 든다. 잠수함 안에서 봄엔 꽃비가 날리고 여름은 물소리 시원하고 가을은 단풍, 겨울은 벼랑을 타고 내려오던 물줄기가 얼어 얼음기둥이 산의 속내를 하얗게 드러낸다. 산허리에서 벼랑을 집고 기어서 올라야 할 길엔 잠시 쉬어 고려 후기 문신 백문절을 만난다. 그는 ‘화암사 중창기’라는 7언 40구의 한시를 썼다고 전해진다. 졸졸거리며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네발로 기어야 갈 수 있는 곳을 148개의 계단으로 오르니 번뇌는 사라지고 죽죽 뻗은 암벽을 볼 수 있다. 원효 대사와 의상 스님의 창건 실화가 있는 그분들의 수행처, 화암사는 이미 7세기 후반 무렵에 자리를 잡았다. 천년의 이끼가 고목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고 그 틈바구니를 적시는 물줄기, 모두 쉼 없이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물줄기가 날카로운 비수인 양 이곳을 지키며 위용를 드러내니 그 앞에서 한 컷, 얼음 옆으로 기어오르는 장면 한 컷 찍다 보면 ‘잘 늙은 절’이라 소개한 안도현 시인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꼴딱 계단을 오르면 천사의 치마폭 같은 ‘화암사’ 오래된 돌계단 옆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 건너 낡은 세월의 옷을 입은 천사의 치마폭 그 속에 화암사는 비밀을 감추었다. 여기서는 도시의 소리를 흡수해 귀를 맑게 하는 호흡과 천년의 세월을 눈으로 보고 눈에서 멀어지게 하는 묘한 천사의 숨결이 숨어 있다. 천사는 우화루 앞에서 극락전을 매일 쓸고 지키는 목어, 경내를 쓸다 비늘도 떨어져 해탈이 된 세상에 남겨진 흔적이다. 나를 지켜보는 거울 같은 속이 빈 화암사의 천사는 천년이 지나도 속세의 인간을 끌어들여 번뇌를 벗어 놓고 가라 한다.
/김은유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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