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봄소식 전하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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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문턱을 넘어서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 경칩을 지나고 있습니다. 강물의 기러기도 북쪽으로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쯤이면 들판에는 논두렁과 볏짚을 태우고 농사를 준비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결 순해진 바람결이 겨울잠에 빠진 마음을 강가로 불러냅니다. 물오른 갯버들과 터질듯한 매화 꽃눈에서 봄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꽃샘추위를 남겨 두고 있지만, 남녘에서는 벌써 강줄기를 타고 꽃소식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양지바른 과수원 언저리에 겨울을 이겨 낸 냉이가 파르르 얼굴을 내밀며 기지개를 켭니다. 손에 잡힌 뿌리가 제법 실합니다. 아내의 눈길은 오로지 밭고랑의 냉이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소쿠리가 봄으로 가득해집니다. 냇물에 깨끗하게 목욕한 냉이가 뚝배기에서 구수한 된장과 한바탕 보글보글 어우러지더니 상긋한 내음이 주방에 가득 퍼집니다. 아내가 냉잇국을 보자기에 싸고 주섬주섬 밑반찬도 챙깁니다. 익산에 홀로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던 모양입니다. 어릴 적 이른 봄이 되면 어머니께서 양지바른 들밭에 나가셔서 엄동설한을 이겨 낸 파릇파릇한 냉이를 소쿠리에 캐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향긋한 냉이된장국을 밥상머리에 올려 주시며 보리밥에 뜨끈한 국물로 허기를 메워 주셨습니다. 외출 채비를 같이하고 아내를 따라나서 봅니다. 처가댁은 춘포 들판이 끝나고 시내로 접어드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지붕보다 더 크게 자란 감나무가 서 있고, 마루에 앉으면 철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김제 들녘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편함 하나 매달려 있는 삐그덕 대문은 노상 열려 있습니다. 열린 대문사이로 하늘색 자전거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장인어른 생전 외출 시 유일한 단짝이었습니다. 먼 길 가신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몰골입니다. 지난 늦가을 겹겹이 쌓인 마른 감잎은 걷어내고 텃밭을 정리해 봅니다. 낙엽을 한 풀 걷어내자, 이런! 연초록 수선화가 애기 손가락만큼이나 무리 지어 하늘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환호성이 터집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땅속에서 생명은 때를 기다리고 견디고 있었습니다. 땅속에 숨겨둔 보화를 발견한 농부처럼 횡재 한 기분입니다. 뜨락에서 눈으로 봄을 만나고 밥상머리에서 입으로 봄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세상은 전쟁으로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습니다.
/유인봉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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